한국인의 취향과 Life Style LG경제연구원.다음뉴스 공동연구

커피

커피전문점, ‘제 3의 공간’이 되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쌀, 라면, 와인보다 앞서

커피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알기 위해 Daum의 커피 검색 추이(사람들이 Daum 검색 창에서 커피를 검색한 숫자)를 살펴보았다.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Daum의 트렌드 차트를 분석한 결과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커피는 대표적인 필수 식품인 쌀과 라면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마트 전국 매장에서 라면과 쌀을 제치고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바로 커피믹스다. 저렴한 가격에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불황 속에서도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커피를 음료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커피는 넓은 의미에서 경쟁 제품으로 볼 수 있는 와인, 콜라와 비교할 때도 최근 1년 동안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커피공화국 대한민국…스타벅스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아

우리 주위를 보면 언제 어디서나 인스턴트 커피가 옆에 있다. 지하철역이나 빌딩, 사무실, 동네 미용실이나 공장에도 냉온 정수기 옆에는 친절하게 커피믹스와 종이컵이 비치되어 있다. 식당에서 후식으로 커피를 내놓지 않았다가는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기십상 이다. 농촌에서 일하는 노인들도 휴식을 위해 커피믹스를 찾는다. 실제로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지위는 확고하다. 매년 15%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규모는 1조 30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시장 잠재력 때문일까? 스타벅스, 커피빈 등의 커피 전문점들도 고급 커피믹스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는 1년에 약 6천억 잔이 소비되며,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다고 한다. 국제자원연구소(WRI)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1975년 0.1㎏에서 2007년 1.8㎏으로 18배 늘었고 이 수치는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커피 소비량은 늘어난 반면 아라비카 커피 등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최근에는 국제 커피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커피믹스가 ‘실용적’인 이유로 한국인들의 입맛을 점령했다면, 그 대칭점에서는 ‘특별한(Specialty)’ 커피를 추구하는 새로운 커피 문화가 있다. 바로 커피 전문점이다. 바리스타들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커피 전문점의 수요층도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4~5천원대의 커피 가격에 거부감을 가지던 중년층까지도 커피 전문점을 자주 찾는다. 스타벅스의 조사에 따르면 고객의 70%가 25세에서 44세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이가운데 남성 고객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두 커피의 인기와 함께 커피 전문점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이디야, 카페베네, 할리스, 탐앤탐스, 커피빈, 다빈치커피,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 커피 전문점들이 전국에서 운영 중인 점포는 2천 144개(2010년 8월27일 기준)에 달한다. 이는 작년 말보다도 400∼500개 늘어난 것으로, 테이크 아웃(Take-out) 중심의 소규모 브랜드까지 치면 전체 커피 전문점 시장의 규모는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커피 전문점 수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봐도 매우 많은 편이다. 실제로 전세계 스타벅스 매장 수는 2009년 말 기준으로 약 7,600여 개가 넘는데,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 수 (288개)는 미국(4,364개)과 일본(875개)에 이은 세계 3위라고 한다.
트렌드 차트를 통해 커피 브랜드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살펴 보았다. 역시 한국인의 스타벅스에 대한 꾸준하면서도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토종 커피 전문점인 카페베네에 대한 관심이 최근에 커피빈을 앞질러 스타벅스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집, 직장에 이은 제 3의 공간

공간 연출 마케팅 권위자인 크리스티안은 집, 직장 다음으로 사람들이 자주 찾는 가장 매력적인 공간을 ‘제 3의 공간’이라고 비유했다. 그렇다면 제 3의 공간은 어디일까? 커피 전문점이 그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까? 커피 전문점의 수가 이렇게 계속 늘어나는 것은 커피 전문점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대표적인 ‘생활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커피(coffee)전문점을 사무실(office) 삼아 혼자 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코피스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대형 브랜드 커피 전문점은 물론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들까지 대부분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노트북을 켜놓고 영화를 보거나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원하는 커피를 골라 마실 수 있는데다 한 잔을 시켜놓고 하루 종일 일할 수도 있다. 과거에 다방이나 카페처럼 종업원들 눈치를 볼일도 없고 기다리는 손님들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적막이 흐르는 작업 공간보다는 어느 정도의 소음과 움직임이 있는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면서 사람 구경도 하고 그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생각을 확장 시킬 수 있다고 한다.
커피 전문점에서 각종 세미나와 전시회를 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세미나와 전시회를 위한 마땅한 공간을 찾기 어려운 요즘에 커피 전문점은 사람들을 모으는 ‘맛 좋은 공간’이 되고 있다. 스타벅스의 성공 이유에 대해 하워드 슐츠 회장은 ‘한 잔의 커피를 팔 뿐 아니라 문화도 파는 곳’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무엇을 하느냐’만큼 ‘어디서 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즐기는 사람들

최근 각종 문화센터나 카페, 커피 전문점에서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커피 강좌가 매우 많이 열린다. 전문적으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원두커피의 주 소비층인 젊은이뿐만 아니라 나이 지긋하신 분도 적지 않다. 굳이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 ‘취미’로 하는 사람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취미를 통해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늘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커피 만들기는 맛깔 나는 취미다.

커피 소비는 개인의 취향을 알 수 있는 가늠자

이제 커피는 개인의 미학적 취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었다. 어떤 커피를 마시느냐가 그 사람의 입맛은 물론 이미지까지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메리카노, 카라멜마끼아또, 모카프라프치노 등 다양한 커피가 있고 이러한 커피에 시럽을 넣고 샷을 추가하고 크림을 빼면서 나만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 획일화된 믹스커피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얹은 나만의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이는 사회의 개인화, 맞춤화를 나타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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