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민 생활 체육 활동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주로 하는 운동으로 걷기가 30%로 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헬스가 14.4%, 등산이 13.6% 순으로 나타났다. 걷기는 건강관리 운동의 대명사인 조깅보다 인기가 높다. Daum의 트렌드 차트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한국인들은 조깅보다 걷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걷기 열풍으로 요즘에는 호모워커스(Homo Walkers)라는 말도 유행이다. 호모워커스는 걷기 본능을 가진 인간이 최근 들어 걷고자 하는 욕망을 다시 갖게 됐다는 의미로서, 새로운 문화 건강족의 부상을 의미한다.
요즘 걷기의 인기를 반영한 최대 히트상품은 ‘워킹화’다. 예컨대 프로스펙스는 한국인의 신체 구조와 걷는 습관을 반영한 한국형 워킹화 ‘W’를 개발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워킹화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워킹웨어와 바람막이 점퍼도 인기다. 업계에서는 워킹화를 비롯한 각종 워킹 용품의 시장규모가 올해 7천억 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상에서 워킹화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 인지 살펴보았다. Daum의 트렌트 차트를 분석한 결과, 워킹화에 대한 관심은 러닝화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주체하는 걷기 행사도 늘고 있다. 예컨대 국제 공인을 받은 ‘국제걷기대회’는 매년 10월 마지막 주 주말에 원주에서 개최되며 올해로 16회째를 맞고 있다. 걷기 열풍은 출판계까지 영향을 미쳤다. ‘걷기예찬’, ‘걷기의 철학’처럼 걷기의 의미를 다룬 책에서부터 ‘산티아고 가는 길’, ‘제주 올레’처럼 걷기 여행을 테마로 한 도서들이 인기다.
걷기 열풍이 불면서 최근 여행의 트렌드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여행의 가치가 단순 관광보다는 걷기를 통해 체력을 보강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올레길 열풍은 변화된 여행 트렌드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눈을 즐겁게 하는 여행뿐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추구한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생태 관광에 대한 가치를 더욱 중요시 하고 있다.
본래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인 올레는 우리 사회에 길을 걷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해 올레를 찾은 관광객은 25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지도 한 장 들고 길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 ‘놀멍 쉬멍 걸으멍’(놀며 쉬며 걸으며)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제주도는 올레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2014년까지 한라산 둘레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올레가 개장되고 나서 제주도의 여행 문화가 바뀐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기 관광에서 장기 체류여행으로, 단체 관광에서 개별 여행으로, 렌터카에서 대중교통 이용으로, 관광지 관광에서 마을 및 재래시장 탐방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올레길이 인기를 끌면서 전국 각지에 다양한 둘레길이 생기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은 나들이 코스로 입소문을 타다가 최근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올해 8월에 개방한 북한산 둘레길에는 9월 한 달 동안 60만 명이 다녀갔다. 특히 서울 전경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수유지구 구름 전망대도 인기다. 이러한 둘레길은 아이도 어른도 큰 부담 없이 누구나 걸을 수 있고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는 길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과거에 비해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할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몸을 움직여 활동량을 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걷기다. 전신 운동인 걷기는 온몸의 근육과 뼈가 움직이기 때문에 뼈가 약한 사람들에게 권장된다. 뼈에 자극을 주어 갱년기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심폐기능을 향상시키고 체지방을 감소시켜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나다. 빠르게 걷는 것이 뛰는 것보다도 지방 분해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와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세상은 너무도 바쁘고 빠르게 돌아간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걷기는 사람들에게 잠시 숨쉴 여유를 준다. 다른 운동과 달리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혼자만의 여유를 갖는 시간으로 활용된다. 평소에 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을 걷기를 통해 다시 보고 얻는다. 삶의 여유를 찾고 느림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걷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