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캠핑이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자전거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이었다. 그러나 집집마다 자가용 붐이 일면서 서서히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예전의 캠핑은 불편한 면이 있었고 저렴한 숙소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캠핑은 누구나 한번쯤 즐기고 싶은 가족형 레저로 바뀌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텐트며 오토캠핑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자전거와 캠핑이 다시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것이다.
자전거 타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어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약 1,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시간당 600kcal를 소모하는 자전거를 타기는 걷기보다 2배 정도 큰 운동효과가 있어 살 빼기에도 좋다. 특히 관절에 무리가 없는 전신운동으로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촉진에도 좋아서 건강을 위한 대표적인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Daum의 트렌드 차트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자전거에 대한 관심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수영에 대한 관심을 넘어섰다.
자전거가 친환경 교통 및 레저 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전거 가격은 21.3%나 올랐다. 2005년 1.4%, 2006년 0.9%, 2007년 3.4%에 머물던 자전거 가격 상승률은 2008년 22.7%에 이어 2009년까지 2년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집계한 행정안전부 통계에서도 전년도 대비 자전거 판매량이 2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앞다투어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벌이고 자전거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대전시는 자전거 도시를 선포하고 올해 자전거 5천대를 보급하겠다는 정책과 함께 산악 자전거 동호인들을 위한 MTB 파크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자전거 도로 확충에 힘쓰고 있다.
태안 학암포, 춘천 중도, 무주 덕유대, 대천 나래뜰, 계룡산 동학사.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캠핑장이다. 최근 캠핑의 열기도 뜨겁다. 서울 상암동 한강시민공원에 위치한 난지 캠핑장은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침낭이나 텐트 같은 캠핑용품 판매도 급증해 전체 캠핑용품 시장은 한해 1천억 원씩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캠핑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았다. Daum의 트렌드 차트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캠핑이 6월~8월 휴가철 기간 동안 대표적인 레저 활동인 등산에 대한 관심을 앞질렀다.
가족들을 위해 순식간에 텐트를 치는 아빠를 보며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땅속 깊이 팩을 박고, 투박한 손길로 요리를 하고, 모닥불을 피워 밤을 밝히는 아빠에게서 아이들은 슈퍼맨을 떠올린다. 회사 일에 매달리는 일벌레 아빠나, 늦은 밤 술에 취해 엄마에게 구박받는 아빠는 그곳에 없다. 우리 시대 아빠들은 캠핑을 통해 아이들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등산이나 낚시 등의 취미 생활을 위한 캠핑이 주를 이루었지만 요즘은 가족형 캠핑이 다수다. 가족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것이 캠핑의 목적이 된 것이다. 캠핑 문화를 이끌고 있는 30, 40대 층이 성장기의 자녀들과 교감하기 위해 캠핑을 선택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들다 보면 바쁜 현대사회에서 소외되기 십상인 가족애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불편함을 무릅쓰고 캠핑을 나서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꼽는다. 캠핑은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으로 숲의 신선한 기운을 얻고 재충전을 위한 활력을 얻는다. 도시의 아이들은 캠핑을 통해 자연과 친숙해질 기회를 갖는다.
자연에서 즐기는 캠핑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여러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교류’도 즐겁다. 아파트에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세상에 캠핑을 나오면 옆 텐트 가족들과도 스스럼없이 친해진다. 모닥불을 피고 이웃 캠퍼들과 먹거리를 나눠 먹는 것은 삭막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다.
자전거와 캠핑 열풍은 단순히 레저와 여가 욕구의 확대로 인한 아웃도어 활동의 확산이라는 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과거에도 자전거를 타고, 텐트를 치고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현상이 과거와 다른 점은 아웃도어 활동 열풍이 ‘자기표현적’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그냥 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나를 자신 있고 멋지게 표현하고 싶어한다. 자전거를 탈 때는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헬멧이며 장갑까지 착용한다. 캠핑을 할 때도 바비큐 그릴, 식기건조대까지 마련해 구색을 갖춘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아웃도어 의류와 관련용품의 매출의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기표현적 소비가 자동차, 명품 패션 등 과시적 소비 욕구가 가능한 영역에 한정되었지만, 최근에는 스포츠 활동에서도 자기표현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전거와 캠핑을 넘어서 다른 레저 활동에까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