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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식

“배려 듬뿍 담긴 집밥, 맛있지 않을수 없죠”

내식(內食) - 요리 파워블로거‘맞짱’ & ‘아기받는남자’

“어떤 음식 좋아할까..이것부터 곧 요리의 시작 육수 없으면 물로..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어”

언젠가부터 “오늘 외식할까?”아빠의 한마디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시대가 되어버렸다. 생활의 풍족함이 주는 여유이기도 하거니와, 사먹는 음식이 반드시 좋진 않다는 인식을 만든 먹거리 파동이 그 까닭이다. 이런 시기에 내식(內食) - 굳이 외식의 반대말을 찾아 붙인 말일지 모르나 - 홈쿠킹 관련 산업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홈쇼핑 프로그램에서 조리기구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 레시피를 통해 ‘웰빙내식’을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블로그 게시하는 글 하나로 그날 수천 명의 새댁들 저녁메뉴를 좌지우지한다는블로거 ‘맛짱’, 미역국부터 파티요리까지 수준급 요리실력에 자상함까지 겸비한 ‘아기받는남자’. ‘내식족’들이 열광하는 두 파워블로거의 수다를 엿들어 본다.

“남자가 무슨 요리를..어머니 레시피 통달했죠”

맛짱 :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남자에다 의사라는 직업까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처음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기받는남자(이하 아기) : 저희 어머니께서 요리를 참 잘하세요. 어렸을 때 그런 생각을 했죠. 결혼하면 내 아내가 엄마만큼 요리를 잘하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이 요리법을 전수받아야겠다 생각하고 레시피를만들기 시작했어요. 어머니의 모든 요리법을 꼼꼼히 기록했죠.

맛짱 : 정말 대단한 집념이네요.
아기 : 처음엔 ‘남자가 무슨 요리를 하냐’고 하면서 안 가르쳐 주셨어요. 제가 돈을 벌고 용돈을 드리기 시작하니 레시피가 슬슬 공개되기 시작하더군요.(웃음) 어머니들의 요리는 ‘설탕 한 스푼, 소금 두 스푼’ 이렇게 정량화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감이거든요. 그래서 정량화 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어머니 손맛을 따라가기 위해 시도, 또 시도해보고 했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레시피를 연구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여 평가도 받았죠. 그 평가단이 지금은 팬이 된 거예요.

맛짱 : 도전 정신이 참 멋집니다. 요즘 집에서 하는 음식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요?
아기 : ‘식객’이라는 만화를 보면 누구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하나씩 가지고 있잖아요. 특히 ‘어머니가 만든 음식이 제일 맛있었다’는 사람들이 많고요. 저도 십분 공감합니다. 편안한 집에서 가장 편안한 음식을 먹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게 되니까요. 맛짱님의 요리를 제가 따라 하면서, 그 요리들이 나오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을까 생각하면 대단한 것 같아요. 아무리 훌륭한 레시피가 있어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없으면 제 맛을 낼 수가 없죠.

맛짱 : 저도 토속적인 음식을 할 때면 ‘어머니의 손맛이 생각나는 음식’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하기도 하는데요. 그게 가장 건강 음식인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요리하는 게 너무 좋아요. 몸이 안 좋아서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음식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세요?
아기 : 예, 맞아요. 제가 항상 블로그에 쓰는 말이 “요리는 관심이다” 이거든요. 관심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고, 그 다음에 맛을 알고 공부를 하는 거거든요. 단순히 먹자고 하는 요리는 그렇게 재미없어요. 예를 들어 맛짱님을 초대했을 때 ‘아, 맛짱님은 이런 걸 좋아하는 세대다’, ‘아이가 같이 오나?’ 등을 생각하게 되죠. 그것부터가 요리의 시작이에요. 그러고 나서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기다리면서 ‘그 사람이 이걸 먹으면서 얼마나 흐뭇해할까’ 생각하는 것도 요리의 과정이고요. 저희어머니께서는 항상 그러셨어요. ‘야 맛있냐?’, ‘어떠냐?’ 하며 반응을 궁금해하셨죠. 사람들에게 ‘저 정말 이런 대접을 처음 받았습니다. 이런 건 생각도 못 해봤네요.’라는 한 마디를 듣는 것이 다음 번 요리를 하게 하는 힘이 된답니다.

맛짱 : 저도 그래요. 맛있게 먹는 걸 보면서도 ‘괜찮아?’, ‘맛있어?’ 자꾸 이렇게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엔 공통점이 있나 봐요.
아기 : 요리 좋아하시는 분들 만나면 성격이 다 비슷해요. 공통적으로 성격 나쁜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저희 두 사람만 봐도 그렇죠.(웃음) 앞서 말한 것처럼 요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향한 배려와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할 줄 알고 마음을 담아 음식을 하다 보면 나쁜 마음이 자리 잡을 틈이 없어지죠.

맛짱 : 혹시 블로그 독자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분 있으세요?
아기 : 경상도에 사는 무뚝뚝한 남자분이었어요.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요리에 대해서 저랑 얘기를 나누다, 아내에게 미역국을 한번 끓여드리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미역국은 소위 요리답지 않다는 생각을 하셨나 봐요. 그래서 제가 굉장히 간결하면서도 정성이 담긴 레시피를 드렸어요. 여러 가지 레시피가 있지만 저는 어머님이가르쳐준레시피가 가장 좋아요. 고기를 푹 끓여서 기름 등 아무것도 안 넣고 간장으로 딱 간을 한 다음에 마지막에 그냥 미역을 넣어 끓이는 한마디로 말하면 고깃국에 미역이 들어가는 거죠. 정말 쉬워요. 딱 2시간 정성만 들이면 되니까요.(웃음)

맛짱 : 저도 블로그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연변에 사는 여학생인데, 고등학교 때 제 블로그를 보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학교에 다녔대요. 지금은 요리사의 꿈을 갖고 공부하는 대학생이고요.

요리를 ‘정말’ 잘하고 싶다면?“요리는 관심이다”

맛짱 : 요리를 소재로 파워 블로거가 되는 비법이 있을까요?
아기 : 첫째로 요리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고 둘째로 공부를 해야 해요. 예를 들어 김치찌개 하나를 만들어도 수백 가지의 레시피가 있거든요. 무조건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참고로 해서 자기 나름의 레시피를 만들어가야 해요. 찌개, 무침, 오븐요리 어떤 종류의 요리든 마찬가지예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맛을 만들어가는 거죠.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도 필요해요.

맛짱 : 요리를 즐겁게 해나가기 위해 신경 써야 할 점이 있다면요?
아기 : 요리를 선택할 때 단순히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계절 기후에도 민감해야 해요. 제철음식이 몸에도 좋고 맛도 있기 때문이죠. ‘가을이니까 대하를 좀 먹어볼까?’ 생각하는 것은 요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어떻게 조리해 먹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고요. 거창한 요리보다는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꽃게철이라고 해도 단번에 꽃게 양념장을 잘 만들기는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쉬운 꽃게찜 등부터 시작하면 좋겠죠.

맛짱 : 꽃게찜 그냥 해먹어도 괜찮죠. 저 같은 경우는 주부고, 엄마다 보니까 일단 ‘우리 가족들이 무얼 먹으면 좋을까’를 생각해요. 이렇게 찬바람 불 때는 ‘무엇을 먹어야 보신이 될까’, ‘어떻게 하면 감기 예방이 될까.’ 그런 쪽으로 많이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그런데 막상 장을 보러 가면 재료를 고르는 일도 만만찮게 중요하더라고요. 요즘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워낙 높아서 더 불안하기도 하고요.
아기 : 재료 구입도 요리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죠. 그게 아마도 음식 맛의 반 이상을 좌우하는 것 같아요. 싱싱하고 깨끗한 재료를 사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죠.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몇몇 부도덕한 유통업자들 때문에 불신 풍조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이럴 때일수록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죠.

맛짱 : 불안한 마음에 많은 분들이 집에서 직접 해먹겠다고 하시는데, 기구가 없어서 도전하기 어렵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어요. 이런 분들에게 어떻게 조언해야 할까요?
아기 : 물론 모든 요리 기구가 갖추어져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하지만 오븐 등 고가의 장비를 당장 구입하기 어려울 때는 지금 갖고 있는 기구를 활용해서 하시면 돼요. 가스레인지로 할 수 있는 요리들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많거든요. 재료도 마찬가지에요. 재료가 없어서 육수를 못 만드니 난 못해, 라고 하는 마음가짐을 버리셔야 해요. 육수가 없으면 물로 하셔도 돼요. 원재료 자체에서 우러나는 맛이 있기 때문에 부수적인 것들은 생략해도 괜찮습니다.

맛짱 : 요리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세요?
아기 : 저는 사진 찍는 것이 어려워요.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끓여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찌개에 미나리 등 야채를 넣는데 열이 가해지면 금세 검게 변해요, 파릇파릇한 색이 없어지니까 사진을 찍어도 예쁘지 않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요리할 수도 없고요. 요리에 집중하면서 과정 과정을 보기 좋게 사진으로 담는 것이 쉽지는 않네요.

맛짱 : 공감해요. 카메라를 들고 한쪽으로 조리하면서 찍을 때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카메라가 엄청 지저분해요.(웃음)
아기 : 카메라 얘기를 하니까 어느 블로거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카메라 렌즈가 고장이 나서 A/S를 맡겼는데 렌즈 속에서 밀가루도 나오고 고춧가루도 나오고, 대체 뭐 하시는 분이냐고 물으셨대요. 그 정도로 요리 블로거 하는 데 있어서 사진 찍기는 어려운 과정인 듯해요.

아기받는남자

분만이라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감동 휴먼다큐멘터리의 감독인 동시에 요리라고 하는 기다림과 행복과 사랑 그리고 아쉬움이 그대로 담긴 종합행위예술가이기도 하다. 순천향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이면서 국내 최고의 남성+파워+요리 블로거이다. 현재 경상북도의 성폭행과 아동학대 방지체 위원으로 있으며 소외받은 아이들을 돕는 햇살아이 사업도 진행 중이다. 사람의 건강과 음식. 그가 추구하는 행복한 두 키워드이다.

맛짱

전업주부에서 어엿한 일인미디어 운영자로 거듭난 요리블로거들의 대모. 동생을 위해 시작한 블로그가 폭발적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진흥정보원에서 개최한 2006 베스트 블로그ㆍ미니홈피 콘테스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알콩달콩한 다음요리카페(야호~!! 즐거운 요리시간이다!!!)의 카페지기로서 수많은 열혈회원들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요리와 블로그에 관한 2권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현재 야후 탑블로거, 다음 황금펜촉, 티스토리 우수블로거로 선정되었으며 각종 요리프로그램 출연과 함께 여러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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