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두 명 중 한 명은 '나홀로족'이란다. 그렇다. 나 역시 대학생은 아니지만 나홀로족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한지 약 1년이 되어간다. 속칭 '취업준비생'이다. 그러나 외롭지는 않다. 둘러보면 나 말고도 ‘나홀로족’들이 많기 때문이다. 음식점이나 커피숍에 가면 혼자 앉아있는 사람들이 동지처럼 느껴진다. 왠지 마음 한 구석도 편해진다.
그러나 실상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나홀로족에게‘친절하지’ 않다. 혼자 먹는 식사,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부담스런 시선도 꽂힌다. 그래서 나홀로족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세 곳을 취재해 보았다.
서울 2호선 홍대역 5분 거리에 있는 북카페<잔디와 소나무>. 잘 꾸며놓은 서재 같은 이곳은 아침에는 브런치를 먹는 사람들로 붐비고, 이 후 시간에는 공부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보통 카페보다 규모가 큰 편이라 북적이지 않고 조용하다. 음악도 클래식이 중심이다. 여기는 혼자 가기 부담 없는 곳이다. 카페 매니저 주나미씨는 “20대부터~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온다. 하루에 100명~150명 정도 오는데 2/3가 혼자 오는 고객들이다.”라고 말했다.
매장을 둘러보니 정말 연령대가 다양해 보였다. 60대 노인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조심스레 다가섰다. 권오범(67세)씨는 “취미가 공부하는 것인데,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서 공부하는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혼자서 커피마시고 밥먹고 공부하는 것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노트북석은 테이블마다 콘센트가 구비되어 있어 일하는 프리랜서들도 많다. 김향수(프리랜서)씨는 “보통 커피 전문 체인점은 시끄러워서 잘 가지 않고 개인 사무실처럼 쓸 수 있는 이곳에 자주온다”고 말했다.
혼자서 커피숍을 가면 어색하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가 매 끼니를 커피와 베이글만 먹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촌 근처에 싱글족을 위한 1인 라멘집이 있다. 여기는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되어 있고, 들어가면서 누구와도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기계에 돈을 넣고 메뉴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주문이 들어간다. 음식이 나오면 종업원들이 테이블에 라멘을 넣어주고 앞은 커튼으로 가린다.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는 구조이다.
식당 1인석 테이블은 양 끝에 배치되어 있고, 커플이나 친구끼리 온 사람들을 위한 2인석이 중간에 있다. <이찌멘라멘> 이영준 부주방장은 “신촌이라는 지역 특성상 20대가 가장 많이 온다. 대학생들이 혼자서 많이 다니는데, 그들을 위한 음식점이 많지 않다. <이찌멘라멘> 칸막이가 싱글족의 필요를 잘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식사를 하고 있던 대학생 방소라씨는 “혼자 식사할 땐 여기 오거나 햄버거를 먹는다. 일반 식당에는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학하고 시험을 준비 중인 장기호씨는 “평소 공부하다보면 식사 때를 놓치게 되는데 이때 자주 혼자 먹는데 여기 맛있다는 소문 듣고 왔다”고 했다.
외국에서 밥을 혼자 먹은 경험이 많은 20~30대들에게 사실 밥 혼자 먹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은 괜찮다. 그러나 밥 하나 시켰는데 반찬이 가득하게 나오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이찌멘라멘>을 일주일에 2~3번씩 찾는다는 조성현(영상작가)씨는 “다른 식당은 1인분만 시켜도 반찬이 많이 나온다. 그러면 하나만 시키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또 조명도 밝고 주위 시선도 많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멋쟁이 싱글’. 커피와 브런치를 먹고, 이찌멘라멘에 가서 당당하게 밥은 먹지만, 왠지 고깃집은 못 들어가겠다. 아무리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지만 혼자 고기를 우걱우걱 먹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일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고기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대학생 둘 중 하나, 또 우리나라 인구 중 20%는 싱글족! 그런데 우리를 위한 고깃집이 없다니. 친구 중 한 놈은 밤 11시 이후에 동네 고깃집에 간다고 했다. 왜 11시 이후냐 하면, 식사로 고기를 먹으러 오는 또래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란다. 그 녀석에게 1인 고기집도 있다고 알려줄 겸 고깃집 <하나샤부정>에 들렀다.
1인용 화덕과 바가 있는 <하나샤부정>은 삼성역 현대백화점 옆 먹자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혼자 들어가면 사장님이 알아서 1인용으로 준비해 주신다. 돼지고기냐 쇠고기냐 선택만 하면 된다. 육수에 야채와 함께 샤브샤브 고기를 넣고 먹으면 깔끔 담백하다. 후식으로 우동이 준비되어 있다. 가격은 1인분에 돼지고기 1만 2천원, 쇠고기는 1만 3천원이다. 혼자 온 사람들을 위해 바에는 책도 구비되어 있고, 사케도 한 잔씩 마실 수 있다. 보통 고깃집처럼 시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해서 시선부담 없이 여유롭게 고기를 즐길 수 있다.
<하나샤부정> 사장 가혜숙씨는 “19년 전부터 가게를 했는데, 최근 들어 혼자 오는 손님들이 늘었다. 예전에는 기러기 아빠들이 많이 왔는데, 요즘에는 여성들이 혼자 고기 먹으러 많이 온다”고 말했다. 먹고 나오는데, 사장님이 귀띔으로 이곳에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말한다. 특히 천정명이 단골이란다. ‘신데렐라 언니 재미있었는데’ 생각하며 나섰다. 삼성동은 혼자 걷기에도 참 좋은 동네다.

올해 2월 학교를 졸업하며 ‘무적자’가 되었다. 대학 때부터 ‘기자’가 되겠다며 이곳저곳에 글을 쓰고 있다. 오지랖이 넓어 트위터, 페이스북, 이글루스, 네이버, 싸이월드 모두를 ‘케어’해내고 있다. 영화를 좋아해 응모한 프리머스 시네마 블로거 영화단에 뽑힌 뒤 진지하게 영화리뷰를 쓰면서 저절로 블로거가 됐다. 리뷰가 포털에 여러번 추천되는 영광을 있었지만 그덕에 악플에 대처하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아직 ‘명함’이 없어 ‘백수’나 ‘솔로’들에게 힘이 되는 파워블로거라는 스스로의 명함을 가슴팍에 붙인 ‘화려한 백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