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까지만 해도, 아이돌을 한국 가요계에 스쳐가는 패드(Fad)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아이돌은 대중문화의 첨병이 되었다. 아이돌은 드라마, 버라이어티쇼, 뮤지컬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장르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아이돌의 인기를 인터넷 검색 추이를 통해 확인해 보았다. 2010년 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Daum의 트렌드 차트를 분석하였다. 2PM 등 남성미를 강조하는 아이돌의 등장으로 인해 남성미가 넘치는 남성을 지칭하는 말인 짐승남과 남성의 복근 모양을 형상화한 식스팩이란 단어가 비슷한 추이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짐승남 컨셉의 아이돌(=짐승돌)이 여러 매체를 통해 노출된 결과 한국인들의 몸에 대한 관심이 뒤따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스팩을 만들고자 하는 남성들이 너도 나도 헬스클럽에 등록을 하였고 식스팩을 만들어주는 성형시술까지 등장하였다.
아이돌에 대한 관심은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된다. 소녀시대는 날씬한 다리 열풍을 이끌었다. ‘GEE’라는 노래에서 몸에 달라붙는 스키니 팬츠를 입고 등장하여 스키니 팬츠의 열풍을 이끌어 왔고 소녀시대의 날씬한 다리는 여성들의 워너비(Wannabe)가 되었다. 후속곡인 ‘소원을 말해봐’에서도 핫팬츠에 하이힐을 신고 등장해 날씬한 다리를 가지고 싶은 여성들의 욕구를 증폭시켰다. 소녀시대처럼 날씬한 다리를 만드는데 효과가 있다는 성형외과적 시술이 주목을 받아 생소하기만 한 시술 이름이 여성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돌 가수는 가요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뮤지컬계 진출이 두드러 지고 있다. 소녀시대 제시카의 ‘금발이 너무해’ 태연의 ‘태양의 노래’, 동방신기 시아준수의 ‘모차르트’, 샤이니 온유의 ‘형제는 용감했다’ 등 아이돌이 출현하는 뮤지컬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아이돌이 출현하는 뮤지컬은 흥행도 뒤따라 온다.
아이돌은 출판계에도 진출하였다. 과거에도 아이돌 그룹이 화보류의 책을 내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작년에 나온 그룹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는 이전의 아이돌 책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세상에 너를 소리쳐’는 발간한 지 한 달 만에 무려 30만 부를 판매고를 달성하였다. 한 국내 대기업 사장은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높이 평가하여 간부들에게 책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여성 아이돌 그룹인 애프터스쿨도 ‘플레이 걸즈(Play Girlz)’라는 브런치 에세이를 발간하였다. 출판계에서 아이돌의 돌풍이 계속될 지 주목 받고 있다.
과거 인기 가수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10대가 대부분이었다. ‘빠순이(‘오빠!’를 외치는 소녀 팬들을 지칭)’라는 속어가 나타내듯 인기 가수를 사모하는 계층은 주로 10대와 여성이 다수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아이돌 열풍 및 걸그룹의 인기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대중 음악 소비 계층이 부상하였다. 바로 아저씨와 누나들이다.
예전을 생각해보면 나이 어린 소녀에 열광하는 삼촌을 보면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돌에 대한 삼촌들의 관심은 일종의 트렌드로 여겨진다. 얼마 전, KBS의 수요기획 프로그램에서는 ‘걸그룹 열풍-소녀시대와 삼촌부대’를 방영하였다. 방송에 따르면 소녀시대의 팬클럽 중 하나인 소시당(=소녀시대당)은 2009년 6월 기준 총 회원 수 800명 중 30세 이상이 40% 이상이며 운영진 모두 33세 이상의 남성이라고 한다. KBS의 연예 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은 ‘남자, 열광하라’는 주제로 여성 아이돌을 좋아하는 삼촌 팬들을 일일 체험하기도 하였다.
또한 최근 아이돌에 열광하는 누나(이모) 팬들도 확연히 늘었다. 이웃나라 일본 주부들의 한류 스타 선호 현상과 유사한 면이 있다. 작년 MBC 스페셜 ‘아줌마. 그에게 꽂히다’는 연하 스타에 빠진 30~40대 아줌마들을 조망하였다. 방송에 따르면 가수 이승기의 팬클럽인 ‘이모 카페’는 대표적인 연상녀 카페다. 이러한 카페들은 만 20세 이상이거나 스타보다 나이가 많아야 가입할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을 걸고 있다고 한다. 까페에 가입한 30대 이상의 여성들은 약 10만 명 정도라고 한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가치관 차이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한다. 가족, 일, 성공, 연애 등 다양한 측면에서 두 세대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아이돌은 이러한 세대간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요즘 어머니들은 아들, 딸을 이해하고,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해 아이돌의 음악을 함께 듣는다. 결국 지금의 아이돌은 세대간의 접점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몸’은 가장 매혹적인 대상이다. 사람들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은 ‘멋지고 건강한 몸’에 대한 동경이다. 몇 해전 인터넷에서 인기였던 얼짱 신드롬, 여성들의 최우선 관심사인 다이어트, 연예인들의 누드 화보 등은 몸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의 결과물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소녀시대와 2PM의 몸짓에 매력을 느끼고, 자신이 바라는 몸에 대한 동경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소비 시장이 고도화될수록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의 기능을 넘어, 이미지 즉, 기호를 소비하게 된다. 부유함, 세련됨, 섹시함 등 상품을 통해 내가 바라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아이돌은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매력적인 외모와 느낌을 가진 하나의 기호 상품으로도 볼 수 있다. 2PM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2AM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다른 기호, 취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아이돌을 더욱 좋아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기호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로도 활용해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