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타, 그처럼 아이돌 문화의 중심에 서 있던 이가 있었을까? 대한민국에 아이돌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존재케 하고, 본인 스스로 아이돌이 되어 수년간을 문화 아이콘으로 살아 온 그룹 HOT의 멤버 강타. 그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에 묘한 설렘이 함께 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직도 그는 나에게 아이돌로 남아 있으니까.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나의 기억에 문제가 생긴 걸까? 강타를 직접 만난 내 첫 느낌에 설렘은 빠져 있었다. 말끔한 양복 차림 때문이었는지, 너무도 정갈한 품행 때문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내 앞에 앉아 있는 강타는 더 이상 내가 기억하고 상상하던 아이돌의 이미지가 아님은 분명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성숙해진 느낌. 90년대 아이돌 문화의 아이콘 강타가 아닌, 2010년 아이돌 문화를 리드하는 강타 이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세월은 말해주고 있었다.
- - 반가워요. 강타 이사님!
- “하하. 이사님이라는 호칭… 항상 듣는 말이긴 한데 여전히 쑥스러워요.”
- - TV에서는 잘 뵐 수가 없었어요. 요즘 근황이 어떠세요?
- “군대 제대하고 잠시 쉬는 기간을 좀 가졌어요. 민간인으로 다시 적응한다는 것이 쉽지 않던데요? 하하.. 지금은 다시 제 일상으로 돌아와 이사직으로서 이런 저런 일을 도모하고 있죠. 연예 관련 사업이에요.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들인데… 자세하게 말하면 회사에서 눈총 줄 거에요.”
그랬다. 진한 감색 양복과 아카데믹한 안경으로 포인트를 준 그의 옷차림과 너무도 어울렸던 대답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젠틀함이 더 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돌 문화에 대해 진중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 - 아이돌이라는 키워드. 남다르시죠?
- “당연히 그렇죠. 십 수 년이 지났는데도 언제나 저를 자극하는 단어죠. 회사에 있는 후배들을 보면 더하고요.”
- - 후배 아이돌 보면 어떠세요?
- “솔직히 너무 부러워요. 어쩔 때는 샘이 나기도 해요. 회사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슈퍼주니어나 소녀시대를 기다리는 어린 팬들을 보기도 하는데요. 그런 모습 보면 내게도 저렇게 기다려 주던 팬들이 있었는데 하면서 지난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죠. 그때마다 기분이 참 묘해져요. 그 시절이 그립다고 해야 할까? 아쉽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생각들이죠.”
- - 아직도 팬들이 많으실 텐데요.
- “제가 노래를 불렀던 시절의 팬들은 이미 다 애기 엄마들이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저를 사랑해 주시는 팬들이죠. 회사 앞에서 마주치는 팬들은 이제 저를 보면 강타 오빠가 아니라 아저씨라고 불러요. 사랑해요. ‘너무 멋있어요’가 아니라 ‘이특 오빠한테 잘해 주세요’ 이런 부탁을 듣게 되요.”
아쉬움이 왜 없을까? 한 때는 대통령 부럽지 않은 대중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으며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그였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연예 기획사의 이사 자리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남아있는 열정을 온전히 쏟아 부을만한 거리가 그에게 필요했었는지도…
- - 아이돌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시장, 너무 커져가고 있죠?
- “생각보다 엄청난 속도로 비대해져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제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긴 하죠. 그런데 가끔은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단계를 밟지 않고 너무 빠르게만 성장하고 급변하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이 들기도 하구요.”
- - 요즘 아이돌 음악들 즐겨 들으시죠? 어떠세요?
- “속된 말로 짱이죠. 요즘 아이돌 음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평론하시는 분들 많긴 하죠. 저도 일정 부분에 공감하구요. 음악성이 없는 소모적이고 일회성인 음악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제가 아이돌이었던 시대에도 그런 말은 있었어요. 그런 거 보면 비단 요즘 아이돌 음악만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닌 듯 해요. 사운드나 리듬은 예전보다 훨씬 발전했죠. 다양해 지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음악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듯싶어요.
- - 비단 젊은이들만의 음악이나 문화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아이돌이라는 아이콘 말이에요.
-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차 안에서 듣는 음악들이 아이돌 음악이거든요. 연예 기획사에서 일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해도 그랬을 거에요. 주변에서도 보면 나이 든 분들도 아이돌 음악을 좋아라 하고, 심심치 않게 얘기들 하시는 걸 보기도 해요.”
어느덧 기성 세대가 되어 아이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강타 역시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아이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더욱 많아지는 듯 했다. 이것이 이사로서의 제 자리를 찾아 가고 있는 것일까? 아이돌이 아닌 아이돌 디렉터로 성장해 버린 그가 믿음직해 지기 시작한다
- - SM은 아이돌 뭘 보고 뽑아요?
- “솔직히 SM이 연습생 잘 훈련시키기로 유명하잖아요. 다른 건 몰라도 타 연예 기획사보다는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일단 SM은 오디션에서 연습생을 선발하는 캐스팅을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을 해요. 옷을 입을 때 첫 단추라고 생각을 하죠. 처음부터 잘못 끼우면 옷이 미워지잖아요.”
- - 아이돌 가수라면 노래 실력을 우선으로 보겠죠?
- “당연히 어느 정도 받쳐 줘야겠죠. 음치를 뽑아 놓고 훈련을 시킨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이니까요. 하지만 단지 그것만을 보진 않아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탤런트를 파악하는 데 더욱 주력을 합니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를요. 아이돌 가수는 결국 멀티테이너로 성장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 - HOT 때도 그랬나요? 뭔가 선발하는 과정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보이진 않네요.
- “별반 달라진 건 모르겠어요. 트렌드에 맞게 끼의 형태를 고려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재능있는 이를 우선적으로 뽑아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말하고 보니 저 역시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자화자찬이 되는 건가요? 하하”
- - 걸그룹 열풍. 작년 한해 정말 뜨거웠죠. 지금까지도 그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는 듯 해요.
- “아이돌 문화 안에서의 또 다른 센세이션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해요. 삼촌 부대라는 새로운 팬덤까지 만들어 냈잖아요. 상상이나 할 수 있었나요? 정말 대단한 문화적, 사회적 파급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걸그룹 있으실 것 같은데…
- “저 군대 제대한지 얼마 안되었잖아요. 군대 있을 때 진짜 걸그룹 사진들 사물함에 붙여 놓는 거 왜 하나 싶었는데 저절로 그렇게 되더군요. 제가 그럴 줄은 몰랐다니까요. 웬만한 걸그룹은 다 사랑스러워 보여요. 요즘 나오는 걸그룹들은 비주얼도 뛰어나고 음악적인 실력도 갖춘 것 같아서 선배의 입장에서 봐도 대견스럽다고 생각할 때가 많죠.”
걸그룹 얘기를 하니 얼굴에 미소가 완연한 그다. 본인이 아이돌이었는데도, 지금은 그 아이돌을 돕는 조력자의 자리에 있는데도 그는 걸그룹 화제에는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매력적이었다.
- - 가수로서의 활동 계획은 없으세요?
- “조만간 좋은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인사할 날이 올 것 같아요. 아이돌이 아닌 뮤지션 강타로 인정받아야 할 시간이 온 거죠. 처음 데뷔 할 때처럼 많이 설레요. 기대도 많이 되고요. 중국 진출 계획이 잡혀 있어요. 저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죠. 잘 해내고 싶어요. 그냥 예전에 세상을 놀래 켰던 아이돌로 그치고 싶진 않거든요. 한국의 로비 윌리엄스나 조지 마이클이 되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거창한 꿈일 수도 있지만 제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라 생각이 들어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에게 열광했던 내 입장에서도 뒷전으로 물러난 예전 아이돌 강타보다는 진정한 뮤지션으로 다시 귀환하는 강타를 보게 되는 일이 더 흐뭇할 테니까. 그런데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본다는 걸 깜빡 했네.

대학 졸업 후 태국에서 호텔 마케팅 매니저로서 근무하며 식견도 넓히고 인맥도 넓히던 중, 한류 열풍 덕분에 우연히 미디어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내 나라 연예 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취미 삼아 도전한 연예 블로그였는데 이젠 태국 생활도 정리하고, 본격적인 연예 블로거로서 살게 됐다고. 6개월도 안돼 파워 블로거 소리를 듣더니 이내 황금펜촉상도 받았다. 현재 다수 매체에 대중문화/연예 관련 글을 쓰는 연예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