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취향과 Life Style LG경제연구원.다음뉴스 공동연구

빠른소비

싫증 잘 내는 소비자들의 선택

소비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보통 치약, 샴푸와 같은 생활용품을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라고 부른다고 한다. FMCG는 쓰고 없어지면 다시 사서 쓰는 상품들로 이해하면 된다. 최근 생활용품, 화장품 등 소모성 제품을 일컫는 말인 FMCG의 영역이 의류, 음악, 가구로 확장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한번 사면 두고두고 쓰지 않는다. 아직 사용할 만 하지만 새로운 것으로 대체한다. 예전처럼 3~4년 넘게 입을 목적으로 큰 맘 먹고, 옷 한 벌 사는 사람들도 줄고 있다. 유행하는 음악 1곡을 몇 개월 동안 듣고 또 들으면서, 진중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줄고 있다. 집안 인테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미안하지만 몇 달 전 산 물건이더라도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 날에 내다버린다. 바로 빠른 소비의 일면이다. 빠른 소비는 싫증을 잘 내며 트렌드를 추종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패스트패션, 패션계를 접수…짧아지는 의류 소비 주기

요즘 패스트패션의 인기가 대단하다. 패스트패션은 생산•소매•유통까지 직접 담당하여 유행에 맞는 옷을 빨리 바꾸어 내놓는 자사브랜드전문어패럴(SPA: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자라나 H&M 등은 한국에 런칭하기도 전에 구매대행 형식을 통해 한국 패션 시장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매장을 오픈한 H&M의 경우 오픈 첫날 매장 밖으로 긴 줄이 장사진을 이루며 실시간 매장 방문기가 블로그에 올라오는 현상을 만들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패스트패션인 스페인 업체 자라의 연평균 해외 점포 수 증가율(‘04~’09)은 19.6%, 스웨덴계 H&M은 11.6%, 일본 업체 유니클로는 47.3%로 어마어마한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2005년 9월 국내에 들어 온 유니클로는 개장 1년 차에 3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냈지만 4년 차에 들어서는 1400억 원까지 매출이 뛰었다. 또 국내에서만 48개의 매장(2010년 6월 기준)을 오픈하였고 2012년까지 점포 수를 100개까지 늘리고 연 매출 4,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놨다.
명동은 이러한 패스트패션이 자웅을 가리는 격전지이다. 명동일대에만 자라와 망고는 세 개, H&M과 유니클로는 두 개의 매장에서 영업하고 있다. 자라와 H&M 외에도 Forever21, 갭 등의 해외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국내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이랜드의 스파오가 명동 패스트패션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패스트패션의 매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최신 유행을 반영한 다양한 제품과 합리적 가격이다.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패스트패션의 의류는 교체주기가 1~2주로 매우 짧다. 오늘 본 제품을 오늘 사지 않고 다음주에 사려고 해도 그 제품이 여전히 매장에 있을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다면 바로 구매하게 된다. 가격 또한 착하다. 기본적으로 제조회사가 의류 관련 전 과정을 담당함으로써 생산, 유통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백화점에 구매하였다면 한 벌 간신히 살 가격에 패스트패션 매장 방문 시 한번에 여러 벌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착한 가격만 있었다면 오늘 같은 패스트패션 열풍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패스트패션이 추구하는 싸면서도 품질이 좋은 제품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보통 가격과 품질은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다. 즉, 가격이 비싼 옷은 품질이 좋지만 가격이 싸다면 품질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패션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유니클로는 저렴하면서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판매하는 비결 중 하나로 장인정신을 들고 있다. 유니클로의 제품의 9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일본인 장인들이 중국 공장에서 상주하며 기술적인 부분을 도와주어 장인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유니클로는 위탁 생산 공장과 장기적인 협력체제를 유지한다고 한다. 즉, 여러 공장과 계약을 하거나 조건에 따라 위탁 생산 공장을 자주 바꾸기 보다는 70여 개의 공장과 선택적으로 제휴하여 진정한 파트너십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위탁 생산 공장과 유니클로 양자가 품질에 대해 절대적으로 책임을 지게 된다. (‘1승 9패 유니클로 처럼’ 참조)

음악 패러다임의 변화, 패스트뮤직…짧아지는 음악 소비 주기

‘지금 1위 곡이 뭐야?’ ‘지난주 1위곡인 아직도 1위야?’ 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케이블 방송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인 엠카운트다운 기준 2010년 3월 넷째 주부터 4월 셋째 주까지의 1위곡인 2AM의 ‘잘못했어’, 비의 ‘널 붙잡을 노래’, 이효리 ‘치티치티뱅뱅’의 Daum 트렌드 차트를 살펴보자. 해당 기간의 1위 곡은 길게 3주에서 짧게는 일주 내외에 기간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가 이러한 관심은 사그라지며 다음 1위 곡으로 옮겨갔다. 지금과 과거의 가요계의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90년대의 가요계의 아이콘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17주 연속 1위를 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소비자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이렇듯 가요계에서도 빠른 음악 소비가 주류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싫증을 잘 내고 유행해 민감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가요계는 유행에 맞는 신곡을 빨리 그리고 자주 발표하거나 일시적으로 프로젝트 그룹을 형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윤종신, 조PD 등 몇몇 뮤지션들은 신곡을 일정한 간격으로 또는 간헐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패스트퍼니쳐의 등장...짧아지는 가구 소비 주기

빠른 소비는 가구 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공간만 차지하는 고가의 부담스러운 장롱과는 달리 싸게 사서 1~2년만 쓰고 버리는 패스트퍼니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패스트퍼니쳐는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하는 싱글족 및 신혼부부에게 인기라고 한다. 패스트퍼니쳐 역시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실증이 나면 쉽게 버리고 다시 구매하기에도 부담 없다. 과거에는 저렴한 이미지로 인해 중소업체만 패스트퍼니쳐를 판매하였지만 최근에는 한샘, 에넥스, 리바트 등도 패스트퍼니쳐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손이 가는 옷, 들을 때마다 마음을 울리는 노래, 떼가 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가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유행에 맞춰 잠깐 입고 버리는 옷, 귀를 즉각적으로 즐겁게 해주는 노래, 이사 갈 때 부담 없이 버리고 새로 살 수 있는 가구는, 싫증을 잘 내는 현대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며 계속 사랑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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