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무엇을 사는 것일까? 유행하는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 부류는 유행하는 ‘제품 그 자체’가 좋아서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제품 그 자체가 주는 효용에 매력을 느껴서 제품을 구입한다. 소위 얼리어답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머지 부류는 ‘유행’을 사는 사람들이다. 제품 그 자체 보다는 유행하는 그 제품을 사는 사용자 모임에 들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매우 크다. 최신 기술에 능하지 않은 일반 다수의 사람들이 이에 해당할 수 있겠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일상 화두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파급력은 막대하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친구나 직장 동료들은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단연코 화제의 중심이다. 신문의 경제 분야는 온통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얘기다. TV 광고도 스마트폰 광고로 넘친다. 스마트폰은 써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러다 보니, 스마트폰이 없다는 것은 시대에 뒤쳐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요즘 스마트폰 열풍은 아직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은 ‘유행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유행을 사는 사람들은 세태에 뒤쳐지며 밀려드는 소외감을 상쇄시킬 ‘소속감’을 구매한다. 유행을 선도하지는 못해도 시대에 뒤쳐진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김과장은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스마트폰으로 어제 다운받은 음악을 틀어놓고 샤워를 마친 김과장은 서둘러 집을 나선다. 우중충한 하늘을 본 김과장은 스마트폰으로 하늘을 비추어 날씨정보를 알아본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후에는 버스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클릭해서 자신이 타야 하는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아본다. 버스에 올라타서 지난밤에 도착한 메일은 없는지 확인하고 오늘의 주요 신문기사를 읽어본다.
회사에 도착한 김과장은 스마트폰에 메모해두었던 오늘 하루 일과를 확인해 본다. 아침부터 회의가 잡혀있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셔 집중하기가 어려웠던 김과장은 회의내용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해 둔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외근이 있다. 거래처의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뒤 최단 경로를 확인한다.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출장 중인 상사에게 업무내용을 메일로 보낸다. 잠시 좋아하는 게임을 하던 중 오늘 부인과 아이를 데리고 새로 나온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던 약속이 생각난다. 스마트폰에 있는 영화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클릭해서 영화 예매를 하고 주변 맛집 정보를 검색해 예약한다. 가족과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김과장은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충전시키고 잠을 청한다.
그 동안 얼리어답터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스마트폰은 일반 대중들에게 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0년 1분기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약 49% 증가했고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17.3%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3%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2009년 말 아이폰 출시를 시작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역시 금년에는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의 Daum의 트렌드 차트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들의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에 대한 검색은 작년에 많은 사랑을 받은 넷북을 훨씬 능가한다. 또한 스마트폰의 검색 트렌드 추세는 Daum의 검색 트렌드 차트 중에서 빠른 시간 내에 높은 수준의 검색량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끼리 ‘너, 카톡해?’로 인사하는걸 종종 들을 수 있는다. 스마트폰 몰고 온 새로운 유행어다. 스마트폰의 가치는 소위 어플이라 블리는 애플리케이션에 있다. 어떤 사람들은 주변 친구들이 즐기는 인기 애플리케이션을 써 보고 싶어서 스마트 폰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푸딩얼굴인식(아이폰 애플리케이션으로서,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자신과 닮은 연예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임) 애플리케이션을 경험하고 싶어서 아이폰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진정한 가치는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아이폰 이용자 219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도 아이폰을 구입한 이유에 대해 83.7%가(중복응답)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써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수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공급하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프로그램을 유료 또는 무료로 다운받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에는 50만개 이상의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 인류학과의 타냐 러만(Tanya Luhmann) 교수는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점은 아이폰이 단순한 물건을 넘어 자아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아이폰은 노트북이나 MP3 Player등 다른 전자기기와는 다른 ‘중대한 의미’로 인식되고 있다. 응답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아이폰에 대한 의존도를 5단계로 나누어 답하도록 한 결과, 그 가운데 20명은 스스로 ‘완전 중독’ 상태라고 답했다. 68명은 ‘상당히 중독’된 상태라고 답했다. 75%가 잠자리에서도 아이폰을 한다고 하고, 70%는 학교에 갈 때 지갑보다 더 챙긴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인식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인터넷 조사 업체인 엠브레인이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은 컴퓨터’라고 응답한 비율이 49.6%로 가장 많았다. 또 스마트폰을 장난감(8.2%)이나, 액세서리(5.9%), 게임기(4.5%)로 여기는 비율이 일반 휴대폰에 대한 이미지 조사 결과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 스마트폰을 일반 휴대폰에 비해 훨씬 진일보한 기기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휴대폰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요즘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을 보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 있다. 신문이나 책을 보는 젊은 사람들이 줄어들고, 대신 그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놓여 있다.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화면을 이동시킨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사람들이 일하는 방법,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 쇼핑하는 방법, 레저를 하는 방법, 사람을 사귀는 방법, 여행하는 방법 등 다양한 측면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원하는 정보의 습득이 가능하다. 길거리나 정류장은 그냥 무심코 지나가는 ‘길’에 그치지 않는다. 공간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동 시간을 보다 즐겁고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 준비하는 공간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여가 문화에도 큰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예컨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도 변화가 예상된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인해 앞으로 우리 주위에서는 스마트폰 전용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늘어 날 것이다.
요즘 ‘올드보이’로 잘 알려진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4로 영화를 촬영하는 모습이 CF에 등장했다. 심지어 해당 광고 역시 아이폰4로만 촬영되었다고 한다. 이에 더해 봉만대 감독을 포함해 국내 유명 영화감독 12명 역시 아이폰4로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실제로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이라는 주제로 12편의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 당연히 모든 영화는 아이폰4로만 촬영된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휴대폰으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면 정신 나갔냐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HD급 고화질 영상과 LED 조명을 탑재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영상편집 역시 애플리케이션으로 간단히 해결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도 변화 시키고 있다. 그 동안 단순한 메시지 수준에 그쳤던 기업들의 모바일 마케팅은 똑똑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기업들의 모바일 마케팅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은 더욱 스마트해지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증강현실 기술, 위치기반서비스 및 QR코드 등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마케팅을 차별화하는 도구이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서 재미와 함께 경험적인 요소 또한 체험할 수 있다.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자신들만의 브랜디드(branded)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고객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휴대폰을 보유한 사람의 91%는 언제나 휴대폰을 1미터 이내 거리에 둔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과 항상 ‘연결’되어 있는 스마트폰은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더해 스마트폰 전용 광고만 대행하는 업체도 크게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