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취향과 Life Style LG경제연구원.다음뉴스 공동연구

사회인야구

직장인, 마운드에 서다

사회인 야구에 대한 관심, 조기축구를 앞서…야구 동호인 수 급속 확대

2006년 WBC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을 비롯해 2009년 WBC 준우승은 국내 프로야구를 제2의 전성기로 이끌었다. 프로야구 관중은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잦은 악천후와 월드컵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592만8천여 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
야구는 축구, 농구와는 달리 일반인들이 쉽게 즐기기가 어려운 운동이다. 넓은 공간과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다양한 장비까지 갖추어야 하며 볼과 스트라이크, 아웃과 세이프를 제대로 구분해 줄 심판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의 인기는 고스란히 사회인 야구의 부흥으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공중파 방송도 큰 역할을 했다. KBS 예능프로 ‘천하무적 토요일’은 ‘천하무적 야구단’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모인 연예인들이 사회인 최강 야구팀이 되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에서의 감동과 희망을 전달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사회인 야구 부흥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아 대한야구협회 홍보대사로도 위촉되었다.
2010년 2월을 기준으로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에는 약 5,200여 개의 팀이 등록되어 있다. 불과 1년 만에 55%나 증가한 수치다.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팀들을 포함하면 대략 1만여 개 팀 20만여명이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의 Daum의 트렌드 차트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들의 사회인야구에 대한 관심은 아저씨들의 영원한 친구인 조기축구까지 크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야구장에 부는 여풍…야구패션과 야구용품 인기

요즘 야구장을 가면 야구를 보는 여성 관중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남녀와의 데이트가 아니라 친구와 함께 온 여성들이 매우 많아 보인다. 최근 한 프로야구 구단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구장을 찾는 관중 중 41%는 여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서인지 요즘에는 여성 전용 파우더 룸 등 여성을 위한 편의시설을 구비한 구장들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
야구단에서도 늘고 있는 여성 야구팬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LG트윈스가 여성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여대생 대상 야구 특강 ‘여성이 사랑한 다이아몬드’를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패션상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2010년 9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약 3주간 야구패션상품에 대한 여성 구매량은 전년대비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증가 폭은 같은 기간 남성의 증가 폭이 33%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에 발맞추어 각 구단들은 여성전용 점퍼, 모자, 유니폼들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또한 옥션에 따르면 야구글러브, 공, 배트 등 야구 관련 용품의 판매량도 전년대비 3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수와 타자용 용품으로만 대변되던 야구용품은 포지션 별 글러브, 연습용과 실전용 배트, 왼손잡이 용 글러브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배팅연습기, 그물망과 펜스, 포수용 풀세트 장비 등 고가의 용품에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야구 과외 열기

사회인 야구팀이 늘어나면서 소위 ‘야구 과외’를 받는 성인들이 늘고 있다. 막상 야구팀에는 등록은 했지만 회원수가 많아지면서 실력이 모자라면 경기 출전이 어렵게 되면서 ‘나도 실력을 향상시켜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느끼는 회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서울/경기 지역에 50여 개, 부산지역 10여 개로 추정되는 실내 야구연습장에서 과외비를 내고 배팅과 피칭은 물론 수비요령까지 배우고 있다. 대부분 직장에 다니는 이들은 야간이나 주말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어린이 야구 교실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예전에는 차범근 축구교실 등 유소년 스포츠를 주름잡았던 축구교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야구 교실은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린이 야구 교실 인기도 축구 못지 않다. 대부분의 프로야구 구단들은 오프시즌을 틈타 어린이 야구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도 차원이나 지역 야구협회 차원으로 많은 야구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천하무적 야구단’ 역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천하무적 루키스 유소년 야구교실’을 운영하며 어린이들에게 야구의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구의 꿈을 실현하는 직장인 이야기로부터 대리만족

최근에는 직장인들의 야구 이야기를 다룬 책이나 만화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직장인들은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점점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중년의 나이에 사회인 야구의 도전하는 내용을 그린 ‘마흔, 마운드에 서다’라는 책을 들 수 있다. 소설처럼 공도 제대로 잡지 못하던 주인공이 최고의 선수가 되어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거나 9회 말 역전 만루 홈런을 치는 등의 극적인 전개는 없지만 단지 야구에 미쳐 야구만 생각하는 저자가 겪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다루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회인 야구를 소재로 한 만화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Daum 만화속세상에서 웹툰으로 연재되었던 ‘퍼펙트 게임’은 회색 사회에서 사회인 야구와 함께 핑크빛 주말을 보내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다. 드라마적 감동과 개그, 스포츠의 긴장감을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은 ‘퍼펙트 게임’은 2008년 말 단행본으로까지 출시되었으며 최근 사회인 야구 붐을 타고 재조명을 받고 있다.

보기만 하던 야구에서 직접 하는 야구로 성취감 만끽

사실 야구는 단체 스포츠 활동이므로 일반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9명의 포지션, 야구 장비, 적당히 넓은 야구장 또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요즘 야구에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력도 초보를 넘어 프로수준을 넘볼 정도다. 사람들은 직장 생활의 건조함과 스트레스를 야구를 통해 풀고 있다. TV에서 보던 보기만 하는 야구에서, 직접 하는 야구를 통해 도전하는 일상을 즐긴다.
이러한 사회인 야구 붐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야구장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차를 타고 가다 보면 10분에 한번씩 보이는 게 야구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민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사회인 야구가 최근에서야 인기를 끌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사회인 야구 리그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구장에서 야구를 즐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활체육의 건강한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부족한 야구장과 인프라는 해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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