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스포츠는 다름 아닌 프로야구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야구는 ‘보는 스포츠’의 이미지가 강했다. 사회인 야구도 존재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는 스포츠’로서의 야구는 조금 멀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헌데, 어느 순간부터 바로 이 ‘하는 야구’로서의 사회인 야구가 우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다름아닌 KBS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천하무적 야구단’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PD와의 인터뷰라기에 처음엔 ‘열혈 야구 청년’을 만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인터뷰 장소로 들어온 사람은 검을 뿔테 안경을 쓴 침착해 보이는 20대의 여성이었다.
- - 사회인 야구가 2010년을 대표하는 하나의 이슈로 뽑혔습니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거기에 어느 정도 공헌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 “천하무적 야구단(이하 ‘천무단’)이 방송된 이후 주위에서 이 프로그램을 보고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당시에는 천무단이 너무 못하니까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 - 프로야구가 ‘보는 야구’라면 천무단은 ‘하는 야구’의 재미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최근에 어머니들을 모시고 직접 야구를 해보니 “왜 남편이나 아이들이 야구를 좋아하는지 알겠다”라고 하더군요. 천무단을 통해 야구의 즐거움을 잊고 있었던 중장년 층이 다시금 자식들과 함께 야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 여성 PD의 시각에서 보기에, 왜 남자들이 그렇게 야구에 열광하고 운동장 위에서 땀을 흘린다고 생각하세요?
- “속으로 ‘저게 그렇게 재미있나? 그렇게 좋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출연자들 중에는 자기들의 본업까지 접고 야구에 집중하거나, 심지어 방송이 잘 안된 것에 속상해하기 보다는 안타를 못 친 것에 더 아쉬움을 느끼는 멤버들도 있거든요.(웃음)”
- - 남자들이 그렇게 집착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겠네요.
- “일단 공을 따라 뛰기 시작하면, 그 순간 집중하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 그들의 본능인가 봐요. 솔직히 보고 있는 우리들도 동화되기 시작하는데, 직접 하는 그들은 오죽하겠어요.”
- - 팀원 중에서 가장 천무단에 융화되기 어려운 사람은 누구였나요?
- “남자들은 공만 가지고 있으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굳이 제작진이 나서서 융화나 화합을 부르짖지 않아도, 한 번 승리의 맛을 보니까 자기들끼리 더 친해지고 협동심이 생기더군요. 올해도 새 멤버들이 더해지면서 다소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철도대장정에서 1승을 거두는 그 순간 모든 문제가 사라졌어요. 스포츠가 가지는 특유의 ‘끈적함’이 멤버들 사이에 존재하죠.”
- - 가장 실력이 크게 늘어난 멤버는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 “김준씨요. 야구를 해본 적도 없고, 배트 자체를 처음 잡아본다던 친구가 천무단을 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어요. 머리가 좋아 요령을 빨리 터득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김준이 타석에 들어서면 무언가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요.”
- - 그런데 그렇게 멤버들의 전반적인 실력이 향상된 만큼 재미, 즉 개그적인 요소는 반감되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 “스포츠도 ‘오락’이라는 면에서 그 자체가 일종의 예능이라 생각해요. 지금은 단순한 코믹적인 요소보다는 멤버들이 잘 치고, 잘 받고, 잘 달리는 모습을 통해 스포츠로서의 재미를 보여주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박빙의 경기가 가져다 주는 ‘흥미진진한 승부’를 보여주고 싶어요.”
- - 스포츠는 ‘의외성’이라는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아무리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해도 일단은 방송이니 부담이 클 텐데요?
- “천무단은 큰 맥락에서 일종의 ‘성장 드라마’에요. 하지만 ‘극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의 특징이 때로는 제작진을 힘들게 하기도 하죠. 실제로 드라마 같은 장면이 눈 앞에서 그려질 때도 있지만, 매 회마다 그런 만화적인 요소가 가미될 수는 없으니까요. 이것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 제작진의 딜레마이자 과제죠.”
- -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렵진 않은가요?
- “처음에 비하면 천무단에 가지고 있는 대중의 기대치가 상당히 커진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꿈의 구장’ 프로젝트까지 런칭해 놓고 보니 일의 크기가 매우 거대화되고 있는 거에요. 시청률에 비하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관심을 받고 있죠.(웃음) 우리는 대중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정작 큰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은 프로야구 선수와 팬들을 비롯한 매니아 층이에요. 너무 아마추어 같으면 매니아 층에서 ‘언제까지 그 수준에 머무를거냐’고 지적하고, 너무 자세하면 대중들이 어려워해요.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는 않죠.”
- - 말씀하신 대로 이제 천하무적 야구단의 트레이드 마크는 ‘꿈의 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 “야구를 하기 위해 새벽부터 운동장에 나와서 기다려보지 않은 사람들은 사실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시합을 위해 이곳 저곳 돌아다녀 보니까 시설이 정말 열악해요. 사회인 야구에서 사용하는 구장의 대부분은 샤워시설이 없고, 여성용 화장실도 따로 없더라고요. 그라운드 안의 잔디 관리는 물론, 편의시설이나 안전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태반이에요. 말 그대로 사회인 야구인들에게 ‘꿈’이 될 수 있는 구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 - 맞는 말입니다. 사회인 야구도 주말에 가족들이 함께 나와서 즐기는 일종의 피크닉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야구장엔 스탠드도 없으니까요.
- “보통 경기장이 주말에는 하루에 5경기 정도 대관을 한다고 들었어요. 그럼 아침 7시부터 해지는 시간까지 한다고 해도 2시간 만에 경기를 마치고 빨리 빠져줘야 다음 팀이 경기를 할 수 있다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가족이 소풍처럼 함께 즐기고 놀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긴 참 어렵죠.”
- -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었나요?
- “이미 법률적인 자문을 거쳐서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과 천무단 출연진 각각의 업무와 책임 선을 명확히 하는 선에서의 양해각서 체결이 끝난 상황이에요. 기공식도 했고요. 이제 본격적인 공사를 진행하고 완성하는 일만 남았죠.”
- - 그동안 가장 감격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 “멤버들도 그렇지만 천무단이 처음으로 1승을 했을 때라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소한 에피소드나 해프닝들도 모두 기억에 남아요.”
- - 이건 여담인데, LG 트윈스의 팬이라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LG팬 하기가 참 힘들지 않나요?(웃음)
- “(웃음) 천무단의 출연진도 그렇지만 현재 사회인 야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당시 각 팀의 ‘어린이 회원’ 출신이 많더군요. 아마도 그 당시의 기억이 남아 있어서인 것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 LG 트윈스의 어린이 회원이었어요. 야구에서 응원하는 팀이 바뀌는 건 흔치 않은 일이지 않잖아요. 저도 그런 거에요.(웃음) 그래도 창단 초기에 곧바로 우승을 했던 팀이었기에, 다시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 마지막으로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순간적인 ‘흐름’이 경기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라 생각해요. 이번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랬지만, 한 팀이 흐름을 잡기 시작하면 ‘끝났다’ 싶은 상황에서도 역전에 성공하는 것이 야구니까요. 늘 하는 경기고 뻔한 시합인 것 같은데도, 선수 개개인이 아니라 팀으로서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전혀 다른 팀이 되어버리거든요. 그런 게 야구의 진짜 재미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시험이 끝나고 나면 아버지가 야구장에 데려가 주곤 하셨다. 그토록 싫어했던 시험을 기다리게 된 것은 오직 야구장에 가고 싶어서였다. 커서는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 게시판에 글을 쓰던 단순한 야구팬이었고, 4년쯤 전에 심심풀이로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생각 외로 대박(?)이 났다. 현재는 ‘카이져’라는 닉네임으로 야구 전문 블로그(MLBspecial/net)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의 블로그 기반 미디어인 <야구타임스(yagootimes.com)>의 편집인기도 하다. ‘기자’보다 ‘프로 블로거’라는 타이틀이 더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