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취향과 Life Style LG경제연구원.다음뉴스 공동연구

막걸리

편안함과 공감의 가치를 마시다

사회: 여러분은 ‘막걸리’하면 뭐가 생각나세요?
동수: 대학 시절 농촌 봉사활동을 갔을 때 농부 아저씨들이 주시던 막걸리가 생각나네요.
인숙: 요즘은 여성이 더 즐겨 마신다고 하던데, 막걸리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듯해요. 막걸리의 색깔도 다양해지고, 담아내는 그릇도 화려하고……
지원: 막걸리는 다른 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영양 성분이 들어 있어요. 유산균과 효모도 많다고 하네요.
문영: 막걸리는 피부 미용에도 좋아요. 막걸리의 누룩은 보습과 미백, 주름 개선 기능까지 한다니 웬만한 기능성 화장품보다 다재다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한겨레 21 ‘막걸리 전성시대’ 중에서 -

막걸리가 돌아왔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막걸리는 도시와 농촌에서, 대학가에서 모두가 마시는 대중의 술이었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저질 막걸리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리더니, 결국 인기 없는 술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막걸리가 최근 사람들의 술잔을 가득 채우고 있다. 품질 향상에 대한 소비자의 재인식, 웰빙주에 대한 관심 증가로 다시 인기다.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맥주, 소주, 와인보다 앞서

지난해 술 소비량은 줄어든 가운데서도 막걸리 소비는 오히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2009년 및 2010년 1/4분기 주류 출고동향’에 따르면 주류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소주와 맥주의 출고량은 전년대비 각각 7.4%, 2.7%가 줄어들었다. 반면 2009년 막걸리 출고량은 26만1000㎘로 2008년(17만6000㎘)보다 47.8%나 증가했다. 또 최근 5년간 주류시장 점유율 5%대에 머물던 막걸리는 지난해 8%에 가까운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2010년 1분기에는 약 12%(소주 30.5%, 맥주 52.9%)로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막걸리의 인기를 인터넷에서도 확인해 보았다.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Daum의 트렌드 차트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한국인들은 맥주와 소주보다 막걸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술로 수년간 사랑을 받아왔던 와인에 대한 관심도 넘어섰다.

싸구려 술이라 여겨졌던 막걸리는 백화점에까지 진출했다. 롯데백화점은 주요 점포 식품매장에 ‘막걸리 특화 존’을 만들었다.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많아 와인처럼 막걸리 전문매장을 따로 두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막걸리 매출액이 전년대비 4200% 늘었고, 올 1분기도 380% 증가했다. 또한 롯데호텔은 올해 초 특급호텔 중 국내 최초로 막걸리바를 오픈했다. 여성층을 겨냥한 검은콩 막걸리, 과일 칵테일 막걸리 등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비롯해 전통 안주를 제공한다고 한다.

막걸리 한류

막걸리는 일본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신주쿠, 긴자, 시부야 등 도교의 번화가엔 막걸리 바가 즐비하고 막걸리는 최고급 한류주로 떠올랐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전통주인 막걸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영양 성분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지 인근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막걸리 매출이 상승했고 ‘막걸리집 탐방’이 옵션인 관광 상품도 등장했다.

값 싸고 건강한 술…젊은 여성들에게도 인기

한때는 푸대접을 받던 막걸리가 이렇게 다시 주목 받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을 들 수 있다. 마트에서 거래되는 막걸리 한 통 가격은 600원에서 1,750원에 불과하다. 식당에서도 막걸리 한 주전자를 주문하면 3,000원을 넘지 않아 만원이면 3~4명이 넉넉하게 마실 수 있다.
지속적인 품질 고급화 전략도 한몫을 했다. 최근 막걸리의 제조, 보관 기술이 과학화되면서 실온에서도 오랫동안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막걸리는 건강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알코올 도수가 6~7도에 불과해 부담이 없는 데다가 다른 주류보다 단백질과 당질의 함량이 높다. 막걸리 한 병에는 요구르트 수백 병에 해당하는 유산균이 들어있고 막걸리가 항염증 작용, 항암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막걸리의 원료인 누룩은 보습과 미백, 주름개선 등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20~30대 여성 막걸리 마니아들이 생기고 있다.

막걸리가 주는 ‘편안함’이 좋다

사람들은 막걸리가 주는 그리움을 좋아한다. 세련된 맥주, 고급스러운 양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막걸리만의 따뜻함이 있다. 막걸리를 마시면서 어떤 사람은 고향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또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집에서 느꼈던 소박함을 느낀다. 대학축제 때 잔디밭에 앉아 떠들썩하게 막걸리를 마시던 기억도 떠오른다. 이렇게 막걸리를 통해 사람들은 잊혀졌던 옛 추억을 더듬는 것이다.
막걸리는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 막걸리는 마시는 정치인은 왠지 서민적일 것 같고, 막걸리를 마시는 CEO는 소탈해 보인다. 막걸리의 편안함은 어떤 자리에서든 사람들을 잘 어울리게 하고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다음
한국인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 연구에 대해
한국인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 상세분석 문화ㆍ생활 경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