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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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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그 화려한 부활 - 배중호 국순당 대표

70% 점유율이 40년새 5%로 추락..1년만에 12% 성장 “지역별 제한 둔 주세법이 막걸리 성장 막아”

부활. 쇠퇴하거나 폐지된 것이 다시 자라나 강력해지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부활이라는 말에서는 드라마가 느껴진다. 그 뒤에 숨어있을 이야기가 저절로 궁금하게 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샘솟게 한다. 국순당 배중호 대표를 인터뷰 하러 가기 전, 내 머리 속에서 계속 떠올랐던 물음은 ‘어떻게 막걸리가 부활할 수 있었나?’였다.
1970년대만 해도 주류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갖고 있던 막걸리는 지난 40년간 지속적인 쇠퇴의 길을 걸었다. 싸구려 술, 머리 아픈 술, 시대에 뒤떨어진 술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며 점점 외면 받다 2008년에는 점유율 5%까지 추락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무섭게 일어나더니 불과 1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하면서 점유율 12%를 돌파했다. 더구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실로 막걸리는 무덤 속에서 ‘부활’한 것이다.

- 지난 한 해 수천만 개의 온라인 키워드 중에서 ‘막걸리 열풍’이 가장 많이 소비된 미디어 키워드 중 하나로 조사됐습니다. 먼저 소회를 듣고 싶은데요.
“언론을 보면 우리가 근래에 들어와 막걸리를 만든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 굉장히 오래 되었습니다. 저희 아버님이 61년부터 포항에서 막걸리 공장을 운영하시다가 누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누룩 전문 회사를 차린 게 국순당입니다. 그때부터 막걸리 연구를 계속 해왔고, 86년도 아시안 게임, 88년도 올림픽을 거치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싹트는 가운데 막걸리를 만들려 했어요.”

이런 의욕을 갖고 시작한 국순당의 막걸리 사업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제일 큰 문제는 공교롭게도 주세법이었다. 아무리 좋은 막걸리를 만들어도 정해진 지역 바깥으로는 팔 수 없게 법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경쟁을 통한 발전은 생각조차 못하는 상황. 급기야 배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헌법소원까지 내기에 이른다. 그런데 앞뒤 꽉 막힌 상황, 돌파구는 뜻밖의 지점에서 나오게 된다.

“친구 중에 국회의원이 있는데 ‘야, 너 이러지 말고 차라리 약주만을 가지고 해봐라’하는 거에요. 조사해 보니 약주는 점유율이 0.1~2%로 25개 정도 밖에 없고 명절 때만 팔리는 거에요. 그래서 정기국회에 막걸리를 빼고 법안을 내놓으니 그냥 통과가 되더라고요. 약주부터 공급 구역을 풀고 전국 단위로 판매를 시작한 거죠. 사실은 그래서 백세주를 먼저 시작한 거에요.”

국순당이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백세주였지만, 사실 백세주는 조연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 그런데 주연인 막걸리가 규제에 묶여 출연(?)을 못하게 되자 백세주가 주연으로 나서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백세주는 ‘대박’을 치며 국순당을 전국에 알리게 된다.

“우리는 진짜 기본적으로 법과의 싸움이었어요. 약주도 마찬가지인데 법적인 문제를 풀었으니 팔아야 할 거 아니에요? 만들어서 팔아야 하는데, 팔 수가 없었어요, 왜? 물건을 취급해 줄 도매상이 없고 새로운 도매상 면허도 내주지 않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시간에 따른 운이 있었어요. 우리 것에 대한 인식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우리 술을 하겠다고 하니까 공무원들도 우리 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해줘야 되겠다, 그래서 특별 면허 제도를 하나 만들었어요. 그게 특정 주류 도매 면허에요.”

- 막걸리가 5%까지 떨어져 사실상 멸종 위기까지 간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막걸리 업계가 예전엔 굉장한 독점 시장이었잖아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니 안이하게 되고, 그래서 품질이 굉장히 떨어졌어요. 그리고 막걸리를 병에 넣고 팔아보니 찌꺼기가 가라앉는 등 굉장히 보기 싫죠.
사람들이 안 먹기 시작하는데 이 문제를 포천에서 해결해요. 막걸리를 발효하는 도중에 걸러버리면 탄산가스의 힘에 의해서 안 가라앉아요. 또 청량감이 느껴지죠. 사카린도 섞어서 달달 하니 포천면에 왔던 사람들이 먹어보면 맛이 기가 막히거든? 포천 막걸리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전국적으로 불법유통 되요. 그런데 멀리 유통되다 보니 술 맛이 뻑뻑해지고, 매번 술 맛이 달라졌죠. 이러면서 뱃속에 들어가서도 계속 발효하니까 가스가 생기면서 트림이 무지 많이 나와. 음식하고 함께 먹으면 냄새 얼마나 고약해? 또 포천 막걸리가 유명해지니까 가짜들이 늘어났어요. 카바이트도 넣고. 그러니깐 머리가 안 아플래야 안 아플 수가 없지. 사람들이 더 싫어해요.”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걸리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가 최근에야 굉장한 붐이 불었는데요. 막걸리 붐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신문에는 일본의 막걸리 붐이 우리나라에 전해져서 그런다고 얘기하는데 그보다는 여러 가지가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독점시장이었던 업계가 시대가 흘러 공급구역 제한도 풀어지고, 독점이 풀리면서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R&D 같은 게 조금씩 만들어지고 품질도 좋아졌어요. 용기도 패트병을 쓰고, 뚜껑도 질질 새던 걸 지금은 거의 한 두 방울 새는 정도죠. 이렇게 술의 품질이 괜찮아지고 제품도 제대로 만들면서 인식이 좋아져요. 사람들이 막걸리의 변화에 대한 경험을 제일 먼저 한 곳이 등산 쪽이었어요. 산에 가서 막걸리 한 잔에 간단한 안주 먹으면 건강에도 좋지 옛날과 달리 머리 아픈 것도 아니지 트림도 전과 달리 그렇게 많이 안 나지. 이거 괜찮거든. 값도 저렴하고. 그래서 가정에서도 소비가 시작되는 거죠. 그렇게 하면서 막걸리가 확산이 된 거라고 봐요.”

일본의 막걸리 붐 이전에 이미 막걸리가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이루어졌고, 그 이유는 전적으로 막걸리의 품질 향상에 있다는 얘기. 사실 막걸리의 품질이 좋지 않았다면 애초에 일본에서 막걸리 붐도 일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면 막걸리 열풍의 근본적인 이유를 품질 향상에서 찾는 배중호 대표의 말은 매우 일리가 있다고 본다.

- 문화선진국들이 다 그렇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한국인과 술 문화는 정말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거든요. 한국인에게 있어 술 문화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술 문화는 굉장히 찬란했어요. 고려 때 기본적으로 소주, 탁주, 약주 세 가지가 형성되고 나서 다양한 술로 꽃을 피운 건 조선시대에요. 조선이 생기면서 집에서 담가먹는 가양주 문화라는 게 생겨요.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인데 가장 중요한 게 제사와 공경이에요. 제사 지낼 때 쓰는 술은 꼭 필요하고 어른들이나 손님들 공경할 술도 반드시 필요하죠. 자기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특별한 원료를 써서 굉장히 정성을 들여 술을 만들어요. 이 술을 집안의 고유 음식하고 같이 먹는 겁니다. 그럼 음식과 술이 궁합이 맞지 않을 수 없어요. 이게 오백 년간 내려오는 거에요. 조선 말기에 가면 특색 있는 술이 문헌에 있는 것만 6백 여가지가 넘어요.”
- 최근의 막걸리 붐을 통해 잊혀진 우리 술 문화를 복원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희망의 길이 열렸다고 보이는데, 앞으로 막걸리는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어떤 식으로 소비될 것 같습니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막걸리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갖고 우리의 멋과 문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우리의 것을 제대로 발전시키고 알려야 합니다. 막걸리도 문제 있는 것이 여러 가지 있잖아요? 병의 디자인이라든지, 마실 때 쓰는 용기라든지, 막걸리와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찾아내야 해요. 그 다음에 술 마시는 자리도 서민적인 자리부터 고급스러운 데까지 다양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되는 부분이고. 막걸리는 철저하게 두 가지 방향으로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대중화된 막걸리는 대기업이 들어와야 하고 특색 있는 고급스럽고 차별된 막걸리는 각 지역에서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하는 거죠. 싼 막걸리만 가지고 언제까지 소비자들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에요.”.
인터뷰어 _ 까브드맹(맹상호)

중앙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금융권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 2001년 어느 날 가입한 온라인 동호회에서 와인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 현재 10년간 와인이라는 술을 벗하고 있으며, 와인과 같은 발효주인 막걸리, 전통주, 사케 등에도 무차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중이다. (다만 희석식 소주 같은 화학주는 지양 중) 그러다 직업도 아예 주류업으로 돌아서 현재 일산에서 와인 판매 중. 앞으로도 관련된 일을 계속 할 예정이다. 현재 티스토리에서 <Cave de Maeng의 창고 속 이야기>라는 주로 술에 관한, 때로는 다른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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