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요, 새우 많이 들어간 새우버거 되죠? 새우버거 25만개 주세요"
"네 되시고요, 계산 도와 드릴께요"
"예, 여기 50% 쿠폰이요."
새우버거 25만개를 반값으로 산다? 얼핏 들으면 전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은 위 대화는 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TV광고 카피이다. ‘모이면 반 값이 된다’는 소셜커머스에서는 실제로 새우버거 25만개를 반 값으로 사는 것은 물론, 동네 미용실에서 반 값에 펌을 하고 발리 여행을 반 값에 다녀오는 것도 가능하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혹’한 것은 당연지사. 2011년 대한민국. 쇼핑 좀 한다는 사람들은 소셜커머스에 열광했다.
일찌감치 시장에 진입하여 자리를 잡고 있었던 선도업체 ‘티켓몬스터’를 필두로 하여 소셜커머스는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여타 산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여러 업체들이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소셜커머스 업체는 2010년 10월 기준 60여 개에서 불과 6개월 만에 500여 개로 성장하였다. 특히 지난 3월, 소셜커머스의 원조격 그루폰이 한국에 진출하고 대기업과 포털들도 소셜커머스 열풍에 동참하면서, 업계 내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이처럼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이 난립하다 보니, 여러 업체의 반 값 상품들을 하나로 모아 정리해주는 사이트와 서비스 또한 큰 인기를 얻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20~50대 소비자 중 소셜커머스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8.3%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20대는 60%에 가까운 소비자가 소셜커머스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커머스의 2010년 시장규모는 500억 원으로, 이는 2011년에 약 10배 성장한 5000억 원에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성장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07년 1월부터 2011년 7월까지의 다음뉴스의 기사 공급량차트를 살펴보면, 소셜커머스에 대한 기사는 소셜커머스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2010년 말부터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닐슨 코리안클릭의 자료를 보면 국내 주요 소셜커머스 사이트의 월간 방문자는 2011년 4월에 정점을 찍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소셜커머스 관련 기사도 맥을 같이하여 비슷한 시기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다음의 검색 트렌드 차트를 살펴보면, 소셜커머스에 대한 검색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고, 가격비교 사이트보다 소셜커머스에 대한 검색량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소셜커머스 업체에 대한 관심이 올해 3-4월 경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각 사이트들이 TV광고를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는 ‘온라인상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파는 행위에 있어서 소셜미디어 및 온라인 미디어를 연계하여 소비자의 인맥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형태의 e-커머스’를 의미한다. 단순히 말하면 전자상거래에 SNS를 결합시킨 새로운 e-커머스 형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SNS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소셜커머스는 크게 3가지 형태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공동구매 방식으로, 하루에 제한된 수량의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고 일정의 조건이 충족될 경우 구매 단가를 대폭할인해주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사용자들은 할인을 받기 위해 자신의 SNS를 이용해 상품을 홍보하게 된다. 두 번째는 기존 웹사이트가 SNS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에 존재하던 e-커머스 사이트에서 이루어진 구매, 평가, 리뷰, 등의 활동이 구매자의 소셜 네트워크와 직접 연동되어 공유되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 방식은 SNS내에 직접 입점하는 방식으로, 페이스북 내에 앱이나 탭을 이용해 쇼핑 공간을 개설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위의 세가지 방식 중에서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소셜 커머스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공동구매 방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티켓몬스터, 쿠팡, 그루폰 등의 소셜 커머스 사이트는 실제로 공동구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소셜커머스는 어떻게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물론 가장 큰 인기요인은 바로 ‘싼 가격’이다. 소비자 심리지수가 급감하고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시대에 ‘반 값’을 모토로 내건 소셜커머스의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분명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소셜커머스의 원조 그루폰이 미국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2008년으로, 국내 소셜커머스의 인기가 최근의 불황과 어느 정도 연관 관계가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한편, 소셜커머스가 기존의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활밀착형 서비스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인기 요인이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소셜커머스를 통해 가장 많이 구매한 품목은 ‘식사•음료티켓(43.4%)’이었고, 그 뒤를 ‘문화공연티켓(37.2%)’과 ‘음식(배달)(22.9%)’이 잇고 있다. 실제 생활하고 있는 지역에 기반하여 음식점, 피부마사지 등 영세 상권까지도 온라인화시킨 소셜커머스는 온라인 쇼핑에서 팔 수 있는 상품의 저변을 확대하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였다.
소셜커머스는 얼핏 소비자에게만 큰 이익을 가져다 준 것처럼 보이지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상인에게도 소셜커머스는 우수한 마케팅 수단이다. 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팔더라도,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홍보를 대신 해주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절감되고 판매량은 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상의의 조사에서는 소셜커머스를 활용한 기업의 약 절반가량이 수익이 10%이상 늘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사용자도 급격하게 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소셜커머스 이용자 중 26.1%가 이용과정에서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비자의 원성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셜커머스 주의보를 발령하기에 이르렀다. 할인 전 가격을 과도하게 높여 할인율을 부풀리기도 하고, 가품을 판매하여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결과 53개 소셜커머스 사이트의 반 이상이 온라인 최고 가격 이상으로 정상가격으로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이 가품을 판매하다 적발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반품 및 환불서비스 문제부터 도서정가제 무력화, 이용조건 변경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횡포는 도가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너도 나도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WIN-WIN이 되는 모델을 제시하며 성장한 소셜커머스이기에,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지나친 경쟁을 배제하고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