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김부장은 총무팀에게서 '야구 단체 관람 계획'을 알리는 메일을 받고 갸우뚱했다. "다음주 목요일에 잠실야구장 직관 있습니다. 지난 경기 내용은 페이스북에 폭풍 사진 업댓했습니다. 레플리카 있는 분은 가지고 오셔서 응원하세요~" 직관? 레플리카? 이게 뭔 소리지?

레플리카(구단 유니폼)를 입고, 가족과 함께 야구장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거나, 잔디밭에 누워서도 야구를 본다? 다름 아닌,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의 관람 문화다. 최근 가족, 직장, 연인 단위의 프로야구 관람객이 급증하면서, 야구장은 새로운 여가 공간으로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야구장 관중은 갓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젊은 부부부터 초, 중, 고교생, 데이트 커플, 노부부까지 각양각색이다. 프로야구는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소통과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직관(직접관람)의 필수품인 레플리카를 입은 사람들의 응원 모습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사상 처음 6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흥행 신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프로야구 창립 30주년을 맞아 그야말로 ‘국민 스포츠’로 발돋움하였다. 집에서 TV로 경기를 보던 방식에서 나아가 직접 야구장에 가서 현장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프로야구는 2000년대 들어 침체기였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총 관중수가 200만 명 대에 불과했다. 특히 2004년에는 230만 명을 갓 넘기는 수준이었다. 그 해 평균 관중수도 4,383명에 불과했다. 평균 관중수만 놓고 보면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5년과 2006년 300만 관중 시대로 진입하더니 2007년 400만을 돌파했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00만 관중 시대로 복귀했다. 2009년과 2010년은 590만 관중으로 간발의 차로 600만 명을 채우지 못했으나, 올 시즌 마침내 600만 관중 시대를 열였다. 평균 관중수도 2008년 사상 최초로 1만 명으로 진입한 뒤 2009년과 2010년에는 1만1000명 이상으로 들어섰고, 올 시즌에는 9월 20일 기준 경기당 평균 1만2921명으로 1만3000명에 육박하였다.
이처럼 프로야구 인기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2006년 WBC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등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와 엠브레인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사람들이 프로야구 경기장을 방문하는 목적에 있어서 변화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장 방문의 목적은 ‘스트레스 해소’ ‘선수를 직접 보기 위해’ ‘연인과의 데이트’ 등에 높은 응답을 보였지만, 2010년에는 조금 다른 결과를 보였다. ‘프로야구 자체를 좋아해서’ ‘함께 응원하는 것이 좋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과거에는 스트레스 해소 등 개인의 심리적 편익을 추구하는 면이 가장 컸지만 최근에는 경기 내용과 응원 문화에 재미를 느끼는 등 경기 내용(Contents)에 몰입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기 자체에 대한 흥미가 지속적인 경기장 방문, 즉 직관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2010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의 Daum의 검색 차트를 보면 야구, 야구 용품, 야구 유니폼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다. 야구경기에 대한 관심이 시즌에 맞춰 변동하는 가운데, 야구 유니폼과 야구 용품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2011.년 2월~3월에는 야구 경기에 대한 관심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돗자리를 깔고 편안하게 앉아서 보는 야구는 어떤 재미일까?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문학 경기장에서는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야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부모를 따라 야구장을 찾은 아이들은 구장에 마련된 꼬마 기차를 타고 좋아한다. 잠실 야구장들의 테이블석은 비싼 가격이지만 일반석에 비해 먼저 매진을 기록한다. 이와 같이 야구장들이 '놀이공원' 같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춤으로써 관객 저변을 넓힌 것도 프로야구 인기의 큰 원인이다. 야구장의 변신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함께 추구하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를 잘 파악하여 대응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람들은 주말 나들이 장소로 야구, 축구와 같은 경기장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관, 놀이공원, 백화점, 찜질방 등 가족, 연인들끼리 갈만한 장소는 모두 경기장을 대체할 수 있는 소비 대상인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경기 내용 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즐거움도 함께 추구한다.

요즘 야구장을 가면 야구를 보는 여성 관중을 많이 볼 수 있다. 남자와의 데이트가 아니라 친구와 함께 온 여자들도 매우 많아 보인다. 최근 한 프로야구 구단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구장을 찾는 관중 중 41%는 여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서인지 요즘에는 여성 전용 파우더 룸 등 여성을 위한 편의시설을 구비한 구장들도 급속하게 늘었다.
야구단에서도 늘고 있는 여성 야구팬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LG트윈스는 여성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여대생 대상 야구 특강 ‘여자가 사랑한 다이아몬드’를 열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여성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패션 상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2010년 9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약 3주간 야구 패션 상품에 대한 여성 구매량은 전년대비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증가 폭은 같은 기간 남성의 증가 폭이 33%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에 발맞추어 각 구단들은 여성 전용 점퍼, 모자, 레플리카 유니폼들을 출시하고 있다.

레플리카는 야구, 축구 등 스포츠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과 같은 디자인의 복제품으로 서포터스나 스포츠 마니아들이 일상복처럼 입는다. 레플리카는 야구장에 가기 위한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레플리카 마니아들은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응원하며 선수와 일체감을 느낀다. 유니폼은 아무나 입을 수 없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강한 일체감과 소속감을 주는 것이다. 레플리카 마니아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거래를 하기도 한다. 직장이나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크던 예전과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준거집단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두고 그에 대한 이미지를 스스로 키워 나가면서 만족감을 얻는 추세다. 특히 최근 젊은 세대들은 남과는 다른 레플리카를 통해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집단을 형성하고 단체 문화를 이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