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기후가 변하고 있다. 한국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나라라고 학교에서 배웠지만 기후가 예전 같이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마치 봄 가을은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뚜렷한 사계절의 대한민국이라는 내용은 교과서에서 수정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과연 지난 일년 간 날씨는 어떠했고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기상청과 녹색성장위원회는 올해 4월 작년 날씨를 분석하여 ‘수상한 사계절, 기후가 변하고 있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요즘 날씨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 본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가 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0년 봄에는 꽃샘 추위를 넘어 평년기온보다 낮은 이상저온과 일조량 부족 현상이 있었다. 봄철에 우리 나라는 주로 맑고 건조한 날씨를 보여왔는데 지속적인 영하의 기온과 일조량 부족은 농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름은 갈수록 고약해지는 다혈질’이라고 표현되었다. 작년 여름에는 집중 호우에 의한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고 인내의 한계와 만나게 하는 폭염이 지속되었다. 또한 열대야로 인해 최대 전력 사용량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가을에는 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는데 그 중에서 수도권을 통과한 곤파스는 1,674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9월 21일에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인해 수도권 전철 운행이 중단되고 광화문 일대가 물에 잠겼다. 이와 같이 교통이 마비되고 건물이 침수되는 사고는 올해에도 되풀이 되었다.
겨울 날씨를 가리키는 삼한사온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고 한다. 2011년 1월 평년 보다 낮은 기온이 한달 이상 계속 되었다. 낮에도 영하권 날씨가 한 달간 지속된 이상한파였다. 또한 2월에는 적설량이 무려 1m를 넘어 강릉 지역에 내린 적설량은 1911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00년만의 폭설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올해 여름에도 기후 재난은 반복되었다. 물 폭탄으로 불린 폭우는 우면산 산사태, 건물 침수 등이 그것이다. 특히 올 여름은 비가 많이 내렸는데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됐던 6월 22일부터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7월 28일까지 한달 동안 내린 강수량은 연간 강수량을 넘어섰다고 한다.
기사 공급량 차트(다음뉴스의 전송 기사 수)를 살펴본 결과 이상기후를 다룬 기사 수는 꾸준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0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의 이상기후 관련 기사 중에서 한파와 폭설이 있었던 2011년 1월 기사가 가장 많았다. 이렇게 기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변덕스러운 극한의 날씨가 계속되어 날씨가 개인의 삶과 산업에 주는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과 옥션은 2010년 온라인쇼핑몰 히트상품을 선정했다. 선정된 히트 상품에는 이상 기후 대처 상품들이 포함되었는데 한파 대처 상품으로는 아동내의, 양털/퍼 코트, 발열내의가, 폭우 대처 상품으로는 레인부츠가 선정되었다. 특히 레인부츠 열풍을 일으킨 한 영국산 브랜드의 경우 20만 원선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2010년 대비 2011년에 제품 물량을 500% 늘렸고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 6, 7월 두 달 매출이 2011년 동기에 비해 350% 늘 정도로 인기였다.
이상 기후에 대한 관심 정도를 알기 위해 Daum의 검색 창에서 히트텍, 레인부츠, 핫팬츠의 검색 추이(사람들이 Daum 검색 창에서 히트텍, 레인부츠, 핫팬츠를 검색한 횟수)를 살펴보았다. 2010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 Daum의 트렌드 차트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날씨가 추워지는 10월부터 12월까지 발열 소재 제품인 히트텍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작년과 올해의 패션 트렌드인 하의 실종을 패션의 필수 아이템인 핫팬츠보다도 해당 기간에 높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히트 상품으로 선정된 레인부츠의 경우에는 장마가 시작되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식생활과, 의생활 등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주며 달라진 날씨에 적응하였다. 특히 날씨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하는 1차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의복에서 날씨로 인한 변화가 두드러려 졌다. 이상 저온, 한파로 인해 방한 효과가 좋은 의류가 인기였는데 방한 의류인 양털 부츠, 모피코트, 발열 내의 등의 매출이 크게 상승하였다. 가을과 봄이 사라지면서 간절기 의류의 매출이 저조했다. 하루에도 두 계절이 공존하는 변화무쌍한 날씨가 이어지자 패션업체들은 내피를 탈부착하거나 레이어드(겹쳐 입기)가 가능한 옷과 같은 트렌스포머 의류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장마철 이후에도 비가 지속되는 열대성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고무 장화는 레인부츠라는 이름으로 여름 히트 아이템으로 등극했고 레인코트, 다양한 모양의 우산도 인기였다. 롯데백화점은 올 7월 한 달간 레인코트와 레인부츠의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각각 78.1%, 127.9% 늘었다고 밝혔다. 또한 겨울 혹한을 대비하여 겨울 방한 의류인 모피의 매출이 32.7% 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여름에 성수기를 맞는 수영복의 7월 매출은 3.8%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혹한의 겨울에 피한하려는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겨울철 수영복 판매는 19.4% 늘었다.
이상한 날씨는 식사 풍경도 바꿨다. 이상 저온, 일조량 부족 등 날씨 탓에 국산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고, 작황이 나빠 수입산 과일이 인기였다. 옥션에 따르면 수입 과일의 2010년 판매량은 제 작년 대비 63% 성장했는데 그 중 오렌지는 판매량이 2배 가량 급증했다고 한다. 작년에는 배추 가격 폭등이 심각했다. 일조량 부족, 폭염, 집중 호우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배추 출하량이 감소하였고 이는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배추 값이 폭등하자 포장김치가 더욱 저렴한 상황이 되어 포장김치나, 단무지 등 배추 대체 식품도 인기였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어촌경제연구소 관측센터의 ‘8월 농업관측 월보’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인한 생육 부진과 병충해 등으로 대부분의 참외, 수박, 풋고추, 애호박, 쪽파•오이, 토마토, 방울토마토 등의 과일류와 채소류의 8월 출하량이 1년 전에 비하여 10~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배추 등 일부 품목에서 작년과 같은 대란이 가능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기후가 2계절성 기후로 바뀌면, 안 그래도 '빨리, 빨리'를 외치는 한국인의 기질이 '더 빨리, 더 빨리', 한층 다혈질로 변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어 눈길을 끈다. 기후는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의 경우 지중해성 기후의 남유럽 사람들은 활동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흐리고 비가 많은 서북유럽 사람들은 직설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4계절은 계절에 변화에 대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력과 강인함을 키웠다는 의견이다. 나른한 봄, 무더운 여름, 건조한 가을, 차가운 겨울의 4계절은 절기의 특성에 따라 한국인의 오장육부에 건강한 자극을 주고 장기들이 적응하고 제 기능을 하면서 강인함을 키워나갈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조숙행 고대구로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세로토닌 같은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이 계절의 이상 변화로 분비가 불규칙해지면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등 기후가 좋지 못한 지역에서 빈발하는 우울증이 우리나라에서도 일반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몸이 계절 변화에 따라 일정한 주기로 적응해온 패턴이 깨지면서 수면장애나 위장기능 저하 등이 초래되고, 이로 인한 호르몬 분비 이상의 영향으로 충동조절 능력의 저하나 성격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계절 날씨가 우울증, 수면장애, 위장장애 등 한국인의 몸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면, 한국인 특유의 기질이 변할 날도 멀지 않았다. <출처: ‘2계절 대한민국...한국인 성격 더 급해진다’ 헤럴드 경제, 이태형 기자>
변덕스럽고 극단적인 기후로 인해 울상을 짓는 업종과 오히려 반사 이익을 보는 업종이 생기는 등 업종에 따른 희비가 엇갈렸다. 인터넷 쇼핑몰, TV 홈쇼핑 업종은 웃었다.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 등의 인터넷 주문과 인터넷 쇼핑몰 주문이 급증했다. 롯데슈퍼는 2011년 7월 26일, 28일 양일간 배달주문이 평소 대비 35% 급증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강수량 증감에 따른 시간대별 매출 신장률에 ‘장마의 경제학’이 있다고 분석했다. 27일 서울 기준으로 오전 9~10시 사이 57mm, 10~11시 사이 21mm의 비가 내렸다. 이때 롯데슈퍼의 서울지역 점포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5%와 8% 떨어졌다. 하지만 시간당 1mm 수준으로 강수량이 줄어든 11~12시, 12~오후 1시에는 각각 13%와 18%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계는 계속되는 비로 인해 외출하기 힘들자 집에 머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특수를 맞았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2011년 7월 1일부터 8월 16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20~32% 늘었다고 밝혔다.
여름 대표 상품인 음료와 빙과 업계는 흐렸다. 2011년 7월 한달 간 해가 뜬 날이 일주일 남짓해 음료와 빙과류는 매출이 부진하거나 감소했다. 남양유업의 ‘몸이 가벼워 지는 시간 17차’는 13%이상, 롯데제과의 ‘월드콘’과 ‘설레임’은 10% 가량 매출이 감소했다
실내 여가 시설과 야외 여가 시설의 희비는 엇갈렸다. 실내 물놀이 시설을 갖추고 있는 오션월드는 올 여름 입장객이 20%가량 증가했고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 역시 올해 6월부터 8월 중순까지 입장객 증가폭이 전년도의 24%에 달했다. 반면 야외 골프장은 흐렸다. 경기도 포천의 썬힐GC는 올 7월 초부터 최근까지 내장객이 전년 대비 30%줄었다고 한다. 프로 야구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는 올 시즌 개막 이후 8월 17일 기준 전체 경기의 16%인 73경기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의료 서비스는 웃었다. 일조량 부족으로 병원을 찾는 우울증 환자와 혹한에 따른 감기 및 폐렴 환자가 증가했다. 한 병원은 보통 계절성 우울증은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심한데 올해는 여름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예년과 다르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날씨가 기업 활동의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날씨는 특성상 통제할 수는 없지만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다. 최근 몇몇 기업들은 기상 관측 장비 시스템 도입 및 기상 예측 자료의 활용 등 적극적으로 날씨를 재고관리, 생산, 제품출시 등 사업의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음료 회사는 덥고 습한 날씨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망고와 멜론 같은 열대 과일을 이용한 상품이 많이 출시 되었는데 수분과 비타민이 풍부한 열대 과일이 더위에 지친 소비자들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간절기 용 트렌스포머 의류도 달라진 날씨를 반영한 의류이다. 이렇듯 날씨 변수를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출 증대 등과 같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