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갑자기 제주도산 생수가 품귀 현상을 빚었다. 한 대형 마트에서는 1인당 구매량을 6병으로 제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제주도산 생수를 대량으로 구매해갔다. 구제역과 동일본 지진으로 오염되지 않은 식수를 찾는 사람들에게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청정지역 제주도산 생수가 귀한 몸이 된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식품 위생 사고가 발생하였다. 구제역, 일본 지진 등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재해까지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신종플루, 사스 등의 전염성 질병도 소비자들의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인터넷상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까지 소비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걱정을 해소시켜주는 안심 소비 제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안심 소비는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올해 초 구제역으로 많은 가축이 매몰되었고 이는 지하수 오염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구제역 발생 지역과 떨어져있는 제주도산 생수는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이라는 인식으로 한 때 품절사태를 빚었고 식품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일본에서까지 제주도산 생수를 수입해갔다. 일본 방사능 유출은 인접국인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방사능 유출로 인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방사능 배출 효과가 있다는 미역도 인기를 끌었다. 또한 일본 주변 바닷물이 방사능에 오염되자 방사능 오염 이전에 생산된 소금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가전제품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제품을 출시하여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공기 청정기는 집안의 필수 가전 제품으로 자리잡았고 과일이나 야채의 잔류 농약이나 세균을 제거해 주는 제품, 집먼지 진드기 제거 청소기가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을 강조한 제품도 많은데 고온으로 균을 제거해 주는 스팀 다리미, 공기 속의 세균을 박멸해주는 제균기도 나왔다.
그 외에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인기를 끈 손 세정제, 여성 건강을 지켜주는 유기농 순면 생리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자를 안심시켜주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구제역이 만연하자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도축하여 먹어도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 뿐만 아니라 매몰된 가축의 침출수에 의한 지하수 오염 가능성으로 식수 안전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구제역 식품 안전을 다룬 기사 공급량 차트(미디어 다음의 전송 기사 수)를 살펴본 결과 구제역 식품 안전을 다룬 기사 수는 2010년에 12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서 1월에 정점을 찍고 2~3월 내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 하였다.
방사능 유출에 따른 안전 먹거리에 대한 관심 정도를 알기 위해 Daum의 다시마, 군 기저귀(Goo.N), 방사능의 검색 추이(사람들이 Daum 검색 창에서 다시마 ,군 기저귀, 방사능을 검색한 횟수)를 살펴보았다. 2010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 Daum의 트렌드 차트를 분석한 결과 방사능에 대한 관심과 다시마, 군 기저귀에 대한 관심이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1년 3월 동일본 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위험에 처하자 인접국인 한국에서도 방사능 오염에 대한 염려가 높았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1원전 1호기가 폭발하자 방사능에 대한 검색이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체내 방사능 오염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시마의 검색량도 지진 이후 상승하였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사랑을 받았던 일본산 기저귀인 군 기저귀의 경우 지진 후 공급 부족을 우려한 군 기저귀 사용자들이 사재기하기도 하였다. 이를 반영하듯 3~4월 군기저귀에 대한 관심이 정점을 찍었다.
식품 제조 업체들은 원산지 표기, 친환경 및 유기농 인증 마크 획득, 제조일자 표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안심 먹거리에 대한 니즈에 대응해 왔다. 최근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 업체도 매장 안에 채소 농장을 설치하며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친환경 시설인 채소 농장에서 재배한 채소는 상대적으로 고가임에도 불구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유통업체는 채소 농장을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다.
소비자의 안심 소비 욕구가 기술과 결합하여 진화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태그(Tag)를 통해해 소통하는 새로운 경제 현상을 태그 이코노미(Tag Economy)라고 하는데 이러한 태그 이코노미가 식품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우 이력추적제가 한 예다.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형 마트에 비치된 이력 확인 단말기나 개체 식별번호를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해 조회를 하면 한우의 사육부터 유통과정을 조회해 볼 수 있다. 또한 방사능 오염 식품의 판매를 방지하기 위하여 바코드가 활용되고 있다. 식약청이 일본산 식품을 검사한 후 위해 유해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상품의 바코드를 대한상의 코리안넷에 전송한다. 대한상의와 연계된 매장은 이러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고 정보를 입력하여 바코드 스캔만으로 방사능 오염 상품을 찾아낼 수 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최근에는 어플리케이션이나 QR 코드를 통해 식품 안전성을 검증할 수 도 있게 되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만든 ‘스마트 농식품’ 어플리케이션이나 ‘안심 장보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수산물, 쇠고기, 농산물 등의 이력 조회 및 인증이 가능하다. 또한 제품 포장 박스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친환경인증서를 볼 수 있게 한 프리미스(Pre-mix) 제품도 눈길을 끈다.
아파트 주변의 자투리 땅이나 베란다, 단독 주택의 옥상이나 마당 빈 공간에 과일, 채소 등을 직접 재배하거나 정원을 가꾸는 것을 씨티팜 즉 도시 농업이라 한다. 안전한 먹거리를 구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으로 우리 가족을 위한 먹거리는 스스로 키우는 씨티 파머(City Farmer)들이 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2011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안전을 위해 야채 등을 집에서 직접 길러 먹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에 22%의 긍정응답률을 보였고 ‘집안에 작은 텃밭이나 실내 정원을 가꾸고 싶다’에는 58%의 긍정응답률을 보여 한국인들의 도시 농업에 대한 적지 않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 농업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말에 근교로 나가 텃밭을 가꾸는 주말 농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도시 유휴지나 베란다 등에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 농업이 증가한 원인을 각종 식품안전 사고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식품 재배 과정에 대한 우려와 불신도 한 원인이다. OECD가 발표한 국가별 농약 사용량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의 농약 사용량은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막연히 좋다고만 생각했던 채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도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도시 농업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활동에 그치지 않고 여가로 자리잡고 있다. 농업이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농업(agriculture)과 오락(entertainment)을 결합한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자신이 기른 작물이 성장하는 것을 보며 정서적 여유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키우는 보람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애를 느끼고 감수성을 키우는 기회가 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011년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조사’를 수행하여 7가지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를 발표하였다. 7가지 키워드 중 라이프스타일의 전반적 내재화 수준(강한 경향의 라이프스타일)이 가장 높은 키워드로는 Body(Health, Beauty 등 몸에 대한 많은 투자), 세대간 보편성(전 세대에 걸쳐 널리 퍼져있음)이 가장 높은 키워드는 Home(가족을 최우선으로 여김)이 선정되었다. 본 조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인은 가족과 몸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살고 있었다. 이러한 가족과 건강을 중요시하는 경향으로 인해 안심 먹거리 등을 소비하려는 소비자의 안심 소비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